천안함 사태 이후 한ㆍ미의 대북 압박이 전방위로 이뤄지고 있다. 군사 분야는 어제 끝난 연합 해상훈련에 이어 내달 8일 연례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과 10월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차원의 역내 해상차단 훈련 등이 예고돼 있다.
미국의 금융제재도 가시권에 와 있다. 2005년 제재의 대상이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한 곳이었다면, 이번에는 문제 있는 금융거래는 다 뒤지겠다는 것이 미국의 의지다. BDA제재 때 ‘피가 마른다’고 했던 북한으로서는 이번 금융제재가 현실화하면 더욱 피가 마를 것 같다.
전방위 압박과 강경 대응
북한도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한미 연합해상훈련 하루 전인24일 국방위원회 성명을 통해 ‘핵 억제력에 기초한 우리 식의 보복 성전’을 다짐했다. 외무성도 같은 날 ‘강력한 물리적 대응조치’를 천명했다. 26일 정전협정 체결 57주년 평양체육관 중앙보고대회에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겸 인민무력부장 김영춘은 ‘발전된 방법으로’핵 억제력 강화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재일 조총련기관지 조선신보는 ‘말로만 엄포를 놓지는 않을 것이며, 핵실험을 핵 억제력 확보의 필수적인 공정상 요구로 간주하고 있고, 과거에도 실험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주저 없이 단행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발표에는 핵 억제력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3차 핵실험도 암시하고 있다. 한미의 고강도, 전방위 압박에 자신들도 확실한 카드가 있다는 시위로 미국에 대화냐, 핵개발이냐 선택을 요구하는 것이다. 핵실험 카드를 김정은 후계구도의 안정적 구축과 경제 어려움 속에서 내부 결속과 단속용으로 활용하는 측면도 있다. 미국의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한이 핵실험을 실행하면, 오바마 정부의 외교력에 대한 미국 안팎의 비판이 거세질 것이다. 여기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까지 성공한다면, 비판 수위는 훨씬 높아질 것이다. 북한이 미국에 대해 쓸 수 있는 카드는 바로 이것들이다.
그러나 북한은 당장 이런 카드를 빼 들지는 않을 것이다. 3차 핵실험은 북한이 쓸 수 있는 최후의 카드다. 한미의 대북 정책 변화에 따라 결정적 국면에서 쓸 가능성이 있다. 한미에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내외에 과시하기 위해 북한은 단계적으로 ‘행동 대 행동’의 군사적 대응 수위를 높여갈 것이다. 우선 예상되는 것은 동ㆍ서해 특정 수역에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하고, 해안포 사격훈련, 단거리미사일 발사훈련 등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훈련들에서 탄착 지점을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설정한다면, 우리에게는 명백한 영해침범 군사도발이다. 하지만 북한은 ‘새로운 해상경계선’ 안에서의 훈련이라고 억지를 부릴 것이다. NLL 수역의 이 같은 대치는 자칫 우발적 군사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관련국 모두 수위 조절을
한미 연합훈련과 미국의 금융제재 수위가 변수다. 북한이 그에 따라 맞대응 카드와 수위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엄포성 시위를 통해 맞불을 놓으면서 벼랑 끝으로 상황을 몰고 가는 전략을 펼칠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엄포를 무시하고 있지만 실제 북한이 3차 핵실험과 ICBM 발사를 강행하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북한을 거의 완전한 핵 보유국으로 인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으로서도 이런 사태는 가장 나쁜 상황이다. 중국 역시 부담이 커진다. 따라서 최악의 상황까지 가지 않는 범위에서 한미 양국은 대북 압박을 적절히 조절할 필요가 있다. 중국도 동북아의 책임 있는 당사자로서 북한을 전략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다는 것을 국제 사회에 보여줘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은 쪽박이 깨지면 ‘강성 대국’의 미래도 사라진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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