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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테이킹 우드스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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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테이킹 우드스탁'

입력
2010.07.2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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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마냥 느리게만 흐를 듯한 시골마을. 모텔은 낡디 낡았는데 빚 때문에 경매로 넘어갈 처지다. 은행원에게 애원하러 갔다가 되레 종주먹을 흔드는 자린고비 어머니는 고지식하기만 하다. 허리가 굽은 무기력한 아버지도 집안에 어두운 그림자만 드리운다. 시골 청년 엘리엇 타이버(디미트리 마틴)는 인생 진로를 잡아보려 하지만 불우한 환경은 미래를 안개 속으로 몰아넣는다.

그런 그에게 이웃마을에서 열리기로 했다가 주민들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록 페스티벌은 하나의 탈출구 역할을 한다. 마을 상공회장직을 얼떨결에 맡고 있던 그는 조안 바에즈, 밥 딜런 등의 이름에 홀려 페스티벌 유치에 뛰어든다. 페스티벌의 이름은 우드스탁. 즉 '우드스탁 가져오기'(Taking Woodstock)에 나서게 된 것. 그는 우드스탁 페스티벌을 마을로 가져오면서 새로운 인생도 자기 앞에 가져오게 된다.

지금이야 대중음악사에 커다란 획을 남긴 행사로 평가 받지만, 엘리엇은 히피들이 난장판을 만들 것이라 우려하는 마을 사람들의 노골적인 비판에 직면한다. 그래도 젖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던 곳에 무대가 세워지고, 미국 전역에서 50만명의 젊은이들이 몰려온다. "히피들 머리를 곤봉으로 갈길 생각"이었던 경찰조차 헬멧에 꽃을 꽂고 동참할 정도로 축제 분위기는 한껏 고조된다.

영화는 이젠 전설이 돼버린 우드스탁 페스티벌이 미국 뉴욕주 베델 평원에서 열리게 된 과정과 무대 뒤 사람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젊은 남녀들의 혈기가 스크린을 채우며 록 페스티벌의 열기를 전하지만 음악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게이라는 성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꽉 막힌 미래만을 바라보던 엘리엇은 축제를 통해 정신적 키가 한 뼘 이상은 쑥 자란다. "노래 한 곡에 대한 억압은 모든 음악에 대한 억압"이라며 자신도 모르게 우드스탁의 정신을 설파하기까지 한다. 외양은 음악영화이나 결국은 성장영화인 셈. 그래서일까. 대형 가수들이 페스티벌을 달구는 모습을 담은 당시의 기록 필름 한 조각조차 등장하지 않는다.

'브로크백 마운틴' '색,계' 등을 연출한 리안(李安)의 신작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논쟁적인 영화를 거쳐온 그도 심신이 많이 지친 것일까. 영화는 큰 갈등이나 곡절을 피하고 축제를 만드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깨달음과 축제의 즐거움을 지극히 선한 눈길로 들여다본다. 분명 잘 만든 영화임에도 대가의 범작으로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엘리엇의 자전적인 동명 소설을 옮겼다. 29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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