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 근로자는 정규직으로 고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25일 대법원 판결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대응이 소극적이어서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노동부는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내하청 근로자의) 불법파견 여부는 파견ㆍ도급 판단기준에 따라 개별사업장의 실태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면서도 “모든 사내하청에 대해 전면적인 실태조사는 어렵고, 그 시기는 7월 하순이나 8월 하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태조사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조사 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은 물론, 조사 대상도 일부에 한정하겠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또 “대법원 판결이 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 돼 고법의 최종판결을 주목할 것”이라며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법원조직법 8조는 “상급법원의 재판에 있어서의 판단은 당해 사건에 관하여 하급심을 기속한다”고 규정, 고법의 판단을 기다리더라도 추가 증거나 사실관계에 결정적인 변화가 없는 한 원고승소로 파기 환송한 대법원의 판결 취지가 뒤집힐 수는 없다.
더구나 이번 판결은 2004년 5월 현대차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집단 진정 이후 6년 만에 나온 것이어서 얼마나 걸릴지 모를 고법의 판단을 다시 기다려야 한다는 노동부의 태도에 노동계는 갑갑증을 호소하고 있다. 재판이 진행된 6년 동안 현대차 울산공장에서만 사내하청 노동자수는 1만여 명에서 8,000여명으로 감소했다.
박성식 민주노총 부대변인은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나왔는데도 주무 부처인 노동부가 구체적인 대응 계획을 내놓지 않은 것은 그 동안 줄기차게 강조해온 법과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노동부가 사용자의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사내하청 근로자와 원청업체 사이의 갈등은 이날도 계속됐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플랜트건설노조는 “포스코 제철소가 사내 하청 노동자들에게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11개월이 지나면 12개월째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서 매월 근로계약을 반복하는 등 각종 편법으로 사내하청 근로자에 대한 노동권 침해를 반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문주 한국노총 기획정책실 국장은 “노동부는 최근 사용자에 유리한 타임오프 시행에 맞춰 1,300여 개 주요 사업장에 근로감독관을 매일 파견해 실태조사를 벌인 반면 현장에 만연한 하도급 문제에 대한 실태조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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