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에 아이가 지내는 시댁과 주말을 보내는 우리 집 거실은 사방이 장난감이다. 그 중 대부분은 자동차다. 아마 반백 개쯤 될 게다. 아이가 요즘 제일 좋아하는 건 대형 할인마트의 어린이용 자동차형 카트에 끼워져 있는 바로 그 자동차다. 마트에 갈 때마다 그 카트를 타고 싶다며 애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아이가 안쓰러우셨는지 아이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카트 자동차랑 똑같은 걸 아예 집에 사다 놓으셨다. 그 자동차는 바닥에 구멍이 뚫려 있다. 아이가 운전석에 앉아 걷는 것처럼 발을 종종거리면 바퀴가 굴러가며 움직인다. 그걸 타고 신나게 휘젓고 다니는 통에 온 집안이 찻길이며 고속도로며 주차장이 됐다.
결국 예상했던 일이 생겼다. 아랫집에서 얘기가 나왔다. 아무리 장난감이라지만 아이 몸집보다 커다란 자동차가 머리 위에서 이리저리 굴러 다니니 시끄러울 터였다. 게다가 우리 아이는 차를 안 탈 때도 얌전히 걸어 다니는 스타일이 아니다. 집안에서 100m 달리기하듯 뛰어다니기 일쑤니 그 소리까지 더해졌다면 가히 소음 수준일 것도 같다.
시댁 거실 바닥은 마루판이다. 건축자재업계에 따르면 소재가 플라스틱인 PVC장판이 주류를 이루던 바닥재 시장에 최근 각각 나무와 돌로 만들어진 마루판과 대리석이 합세했다. 특히 가정집에선 PVC장판과 마루판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추세란다. 기능성과 자연친화성 건강효과 등을 고려해 플라스틱보다 나무로 된 바닥재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면서다. 그런데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의 층간 소음만 고려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재윤 한화L&C 부강공장 과장은 “바닥재가 단단할수록 소리에 의한 진동이 빨리 전달돼 바닥충격음(층간 소음)이 커진다”며 “PVC장판 내부에는 마루판이나 대리석과 달리 공기가 들어 있는 발포층이 있어 진동을 흩어지게 해 소음을 줄이는 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PVC장판의 두께는 보통 1.8∼2mm. 최근에는 발포층을 늘려 4.5mm 안팎까지 두껍게도 만든다.
다른 잡음이 없는 상태에서 바닥재를 깔지 않은 아파트 위층 콘크리트 바닥을 기계로 어린 아이가 뛰어다니는 정도로 두드릴 때 아래층에서 느끼는 소음 강도는 약 75데시벨(dB)이다. 일반적으로 소음이 70dB 이상이면 불쾌감이 느껴지기 시작한다고 알려져 있다. 한화L&C는 최근 두께 1.8mm짜리 PVC장판을 깔면 아이가 뛰는 소리로 인한 소음이 16dB, 4.5mm짜리는 20dB 감소한다는 실험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이 정도론 택도 없다. 아이가 마구 뛰어도 마음 놓을 수 있으려면 PVC장판 두께가 200mm 이상이어야 한단다.
퇴근 길에 청테이프를 사다 장난감 자동차 바퀴에 둘둘 감았다. 단단한 바닥과 바퀴가 바로 부딪칠 때보다 그 사이에 테이프라도 있으면 아이 발이 만드는 진동이 아래층으로 조금이라도 덜 전달되겠지 짐작하면서 말이다. 아이 덕분에 이웃에 더 마음을 쓰게 됐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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