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서 세 자매 이름을 진선미로 지어 주셨어요.”
2010 미스코리아 진 정소라(서울 선ㆍU.C. 리버사이드)는 27일 여전히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옅은 기초화장 때문이었을까. 당선자 교육을 위해 머물고 있던 강원 알펜시아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만난 그는 대회 당시보다 훨씬 앳돼 보였다.
대회 다음 날인 26일 자신의 미니홈피에 7만명이 다녀갔더라고 했다. 각종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는 물론, ‘왜 떴을까’ 등 분석 기사까지 쏟아져 나왔다. 단아한 외모,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어 등 4개국어에 능통한 재원이라는 점이 단연 화제였다.
“진에 뽑히면 이렇게까지 화제가 되는 줄 몰랐어요. 일부 악플을 보고 눈물이 나기도 했지만,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 훨씬 커요.”
그의 본명은 현선. 중국 상하이 한국상회 회장인 아버지 정한영씨가 미스코리아를 염두에 두고 세 자매의 이름을 지어줬다고 말했다. “학교에서는 저를 소라로 부르지만, 친척들은 저를 현선이라고 불러요. 이름대로 되어서 신기해요. 서울 선이 되었을 때에도 ‘첫째면 진이었을텐데’라고 농담을 했어요.”
17개월 위의 언니 현진씨는 UCLA를 조기 졸업하고 법대 진학을 준비 중이고, 15개월 아래 현선씨는 모델 데뷔를 꿈꾸고 있다. 정소라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동생과 함께 웨딩샵 피팅 모델을 했던 사진을 올려두기도 했다. 연년생이라 친구처럼 지낸다고 말했다.
본선대회 당일 아버지는 만세를 불렀고, 어머니는 “고맙다”며 하염없이 울었다. 큰아버지는 ‘가문의 영광’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정소라는 56명의 참가자 중 참가 번호 55번이었다.
함께 방을 쓰던 앞뒤 번호 후보와 친하게 지냈지만 합숙기간에 힘들었던 일도 있었다. “합숙 2주차 때 친한 친구 한 명이 사고로 세상을 떠났어요. 다른 친구들이 그 친구 미니홈피에 ‘사랑한다’고 글을 자꾸 남겨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친구들에게 물어봤지만 ‘아무 일 없다’고 했어요. 제가 합숙에 집중을 못할까 봐 숨겼던 거예요. 장례식에도 못 가고….”
정소라는 합숙기간 동안 ‘아들’을 만나지 못해 향수병에 빠지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강아지 고양이 뱀 등 자신이 기르는 애완동물을 두고 하는 얘기다. 강아지 이름은 산티아고. 평소 밥도 주고, 배설물도 치워주며 살뜰히 돌보는 강아지다. 그는 “어머니께서 제 ‘아들’ 산티아고 사진을 매일 보내주셨어요”라며 웃었다.
정소라는 장고와 전통춤을 익히는 등 1년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인으로 활동하기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다. 장기적인 꿈은 외교관이 되는 것. U.C. 리버사이드 대학에 입학해 정치학을 전공할 예정이다. 그는 자신이 살던 중국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외교관으로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가 살면서 꼭 하고 싶은 일 100가지를 적어 놓았거든요. 2번 꿈이 2010 미스코리아 진이었는데 이뤘잖아요. 이제 첫 번째 꿈인, 2011 미스유니버스 1위를 향해 노력할거에요.”
평창=이재원기자 jjsta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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