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태 이후 대북 군사 조치의 일환으로 한국과 미국이 처음 실시한 불굴의의지훈련이 28일 나흘 간의 일정을 마쳤다. 이번 훈련은 미국의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9만7,000톤급)와 한국의 독도함(1만4,000톤급) 등 20여척의 함정과 최신예 F_22(랩터)전투기를 비롯한 양국의 전투기 200여대, 병력 8,000여명이 참가해 1976년 도끼만행 사건 이후 최대 규모의 해상훈련으로 치러졌다.
훈련의 가장 큰 성과는 한국군이 천안함 사태의 패배 의식에서 벗어나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북한에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 것은 물론, 확고한 대북 억지력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천안함 사태는 한국군에게는 경계 정보 전략 등에서 총체적 실패였고 국민 불신까지 가중되면서 군의 사기가 나락으로 떨어졌지만 동해에서 대규모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군이 존재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군 관계자는 “이제야 비로소 천안함 사태의 망령을 떨칠 수 있을 것 같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번 훈련으로 정부는 5월 24일 발표한 대북 군사 제재의 첫 단추를 꿰었다. 한국군의 대북 심리전은 남북 관계를 고려해 보류된 상태지만 9월 서해 대잠수함훈련, 10월 부산 인근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해상차단훈련 등 일련의 군사 제재가 예고돼 있어 북한에 대한 군사 압박은 거세질 전망이다. 훈련 직전 사상 최초의 한미 외교ㆍ국방장관(일명 2+2)회의를 여는 등 6ㆍ25전쟁 발발 60주년을 맞아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전 세계에 과시한 점도 큰 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아쉬운 점도 적지 않았다. 훈련 준비 과정에서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 온 미국과 달리 한국 국방부가 의욕이 앞선 나머지 서해로 훈련 장소를 명시하면서 중국의 강경 대응을 자초했고, 결국 중국에게 밀려 동해에서 훈련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장소가 동해로 바뀌면서 훈련의 빛이 바랬다”고 말했다. 올해 말까지 매달 한 차례 이상 실시될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중국이 부정적 입장을 고수할 경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반도 주변국의 연합 전선도 헝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막강한 화력을 동원해 대북 억지력을 과시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오히려 북한의 불안감을 가중시켜 핵 무장을 부추길 우려가 크다는 지적도 많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핵무기와 천안함 사태를 일으킨 전통 무기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이번 훈련이 북핵 문제 해결에는 별 도움이 안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훈련 상황의 대국민 홍보가 미국의 최신 전력을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서 대미 의존도를 심화시켰다는 시각도 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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