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블릭스(84)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27일 영국서 진행된 이라크 청문회에 나와 ‘이라크전(戰)은 불법’이라고 증언했다. 이 전쟁을 설명하며 ‘터무니 없고, 말도 안 된다’는 뜻의 ‘absurd’를 수차례 사용하고, 영국을 ‘미국 기차에 탄 죄수’에 비유하기도 했다. 스웨덴 외무장관을 지낸 한스 블릭스는 이라크전 직전 유엔 이라크무기사찰단의 단장을 맡았다.
그는 당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을 직함없이 ‘부시’로, 영국 총리 토니 블레어는 ‘미스터 블레어’로 부르면서 “두 사람은 이상하게도 사담 후세인이 사찰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는데, 이는 사찰단 보고와는 정반대였다”고 했다. 그는 3시간에 걸친 증언을 “후세인이 통치하던 때보다 2003년 3월 전쟁 이후 이라크는 더한 무정부 상태로 고통 받고 있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블릭스 전 사무총장의 문제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전에도 미국, 영국이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취약한 정보에 근거해 이라크전을 밀어붙였으며, 미국의 원유 확보가 전쟁의 배경이란 발언을 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라크 사찰 이전에 전쟁이 결정됐다는 내용이 포함한 이번 증언은 미국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영국 국내정보국 M15 국장을 지낸 일라이저 매닝엄 불러(62)도 청문회에서 “후세인이 9ㆍ11에 간여한 증거가 없자 미국이 대량살상무기 문제를 꺼냈고, 이에 영국이 동조하면서 전쟁이 시작됐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블레어 전 총리는 1월 열린 같은 청문회에서 “후세인은 분명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었으며, 다른 방법이 없다면 그를 제거해야 한다는 데 미국과 의견이 일치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시작된 영국의 이라크 청문회는 8개월간의 증언과 조사를 마무리하고 연말 즈음 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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