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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다문화 우리문화!] <1부> (6) 베트남 국제결혼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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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다문화 우리문화!] <1부> (6) 베트남 국제결혼 현장

입력
2010.07.27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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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2 버스 맞선… 보름 만나고 번개결혼… '깜깜이 한국行'

#21일 오전 베트남 호치민시에 위치한 주호치민한국총영사관 별관. "경ㆍ상ㆍ북ㆍ도~ 경ㆍ주ㆍ시~" 서툰 발음이지만 20여명의 젊은 여성들이 선생님을 따라서 한국 주소를 제법 또박또박 읽고 있다. 이들은 짧게는 일주일 후면 한국으로 건너갈 베트남 새댁들이다. 한류 드라마에서 본 한국 이외에는 아는 게 없는 이들을 위해 한국 정부가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는 수업을 듣고 있는 것. 실생활에서 필요한 한글 기초 읽기를 비롯해 한국의 사회ㆍ문화적 특성, 다문화 가정 및 상담센터 등을 알려주는 것인데, 8시간의 교육이라 한국을 제대로 알 리 만무하다. 하지만 이런 교육을 받는 것도 행운이다. 40% 가량은 홍보 부족이나 개인 사정으로 아무런 교육 없이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3월 17일 베트남 호치민시의 탄손누트국제공항 근처. 베트남 경찰은 한국에서 온 남자 2명과 베트남 여성 18명을 버스 안에서 붙잡았다. 베트남에서는 불법으로 규정돼 있는 결혼중개 업체에 의한 단체 맞선이 버스에서 이뤄진 게 그 이유다. 그간 통상 실내에서 행해지던 것과 달리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버스 맞선이 늘면서 베트남 당국이 당황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이들을 풀어 주고 현지 결혼중개 업자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지난해 한국에 들어온 베트남 새댁 7,678여명 중 상당수는 이런 불법 맞선으로 한국에 왔다. 이달 8일 나이 차이가 27살이나 나는 정신질환자 남편에게 피살된 베트남 새댁도 마찬가지다.

너무 단순한 결혼

다문화인으로 불리는 국제결혼 부부가 탄생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한 평생을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가기 위한 결혼치고는 과정 자체가 매우 단순하다. 물론 오랜 만남이 행복한 결혼 생활을 가져다 준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언어도 통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름, 나이, 키, 몸무게, 가족 관계 정도를 물어보는 몇 시간의 만남이 고작이기 때문이다.

다음 달이면 한국으로 들어가는 네이 위이먼(23ㆍ가명)씨도 한국인 남편을 이렇게 만났다. 이들이 베트남에서 함께 할 수 있었던 기간은 고작 15일. 한국인 남성이 무비자로 베트남에 체류할 수 있는 최대 기간(15일)에 맞춰 맞선에서부터 신부 측 고향 방문과 현지 결혼식 등이 한꺼번에 일사천리로 진행한다. 한국 남성 1명이 많게는 여성 10~20명을 한꺼번에 본 뒤 한 여성을 택하고 서로 마음이 맞으면 베트남에서의 결혼 과정이 진행된다. 여성 배우자 대부분의 집이 하노이시나 호치민시에서 서너 시간 이상 떨어진 외진 농촌마을에 있기 때문에 그곳으로 가 배우자 부모, 친ㆍ인척과 인사하고 곧바로 결혼식과 신혼여행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렇게 바쁜 와중에서도 두 사람의 혼인신고(한국)와 혼인허가(베트남)를 위한 서류 작업도 동시에 이뤄진다. 미혼증명서 출생증명서 호적증명서…. 현지 혼인허가에 필요한 서류 외에도 혼인 당사자들은 결혼허가를 위해 현지 사법당국에 제출할 건강검진도 받아야 한다. 결혼중개 업체의 도움 없이는 한국 남성이 이방인 여성을 만나 결혼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지에서 한국 남성이 근무하다가 외국인 새댁을 만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결혼중개 업체를 두드릴 수밖에 없다.

코리안드림 꾸는 베트남 새댁들

베트남에서 혼인비자(F_2)를 받아 한국으로 건너온 여성은 2007년 7,956명, 2008년 8,037명, 지난해 7,678명이다. 특히 2007년과 2008년 베트남 여성 투신 자살 등의 사건이 베트남 현지에서 크게 보도됐음에도 오히려 소폭 늘었다. 이달 부산 거주 베트남 여성의 피살 사건 소식이 전해졌지만 이 역시 베트남 여성들의 한국행을 막지 못한다는 게 현지 반응이다.

김성철 호치민한인회 사무총장은 "베트남 TV를 통해 그려진 한류 문화에 대한 동경과 소득 격차가 베트남 여성의 한국행을 이끄는 주 원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현지에서 방영된 한류 드라마가 당시 청소년기에 있었던 베트남 여성에게 코리안드림을 갖게 했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농촌마을의 어려운 삶에서 벗어나고픈 마음까지 더해져 불법 결혼중개를 통해 속속 한국행을 택하고 있다는 것. 베트남 여성의 국제결혼 배우자는 한국인이 가장 많다.

결혼중개 업체도 준비 안 된 결혼을 부채질하고 있다. 한국에 등록된 국제결혼중개 업체는 1,237개(작년 말 기준). 외국인 신부를 원하는 한국인 남성으로부터 이들이 받는 중개료는 800만~1,200만원에 이른다. 여기에는 한국인 남성이 맞선을 위해 현지로 가는 항공료를 비롯해 현지 결혼식 및 신혼여행, 15일간의 체류비 등이 포함되는데 현지 물가가 한국보다 평균 10배 가량 싸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윤이 상당하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국내 등록 국제결혼 업체와 현지 브로커가 결혼 성사로 챙기는 돈은 전체 중개료의 절반에 이른다. 예컨대 1만달러(약 1,200만원) 받은 경우 결혼중개 업 체가 챙기는 돈은 600만원 수준. 이달 부산에서 숨진 베트남 여성의 부모에게 돌아간 돈이 350만동(약 21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결혼중개업체의 횡포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현지에서 불법으로 걸려도 1,000만~2,000만동(63만~126만원)의 벌금만 내면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결혼하려는 한국 남성과 한국행을 택하려는 베트남 여성과의 만남은 줄지 않을 수밖에 없다. 현지의 한 관계자는 "결혼이 쉽게 진행되는 마을 단위로 골라 한국 남성들과 집단적으로 만남을 갖는 경우가 많다"며 "베트남 당국도 이런 사정을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결혼 자체를 막을 수 없는 터라 단속을 강화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귀띔했다.

호치민=박기수기자 blessyou@hk.co.kr

■ 김상윤 駐호찌민 총영사 "국제결혼이민관 재파견 시급…病歷등 철저 체크 비극 더 없게"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국제결혼이민관 파견이 절실하다. 주호치민한국총영사관에서 지난해 2만96건의 비자를 발급했는데 담당 영사는 1명뿐이다."

김상윤 주호치민총영사는 부산 결혼이주여성의 사망 사건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비자 발급에 대한 인력 부족 등을 감안할 때 한계가 있다는 점을 토로했다. 그는 이와 관련, 정부가 검토 중인 국제결혼이민관 파견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총영사는 "2007년 7월 베트남 신부 자살 이후 같은 해 12월 국제결혼이민관이 파견됐으나 1년 뒤 당시 담당부처(보건복지가족부)가 근무 연장을 하지 않아 철수했다"며 "국제결혼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조속히 파견 제도를 복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결혼 문제에 대한 양국 간의 긴밀한 공조가 더욱 중요한 만큼 국제결혼이민관 파견을 통한 업무협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이럴 경우 부산 베트남 여성의 피살 같은 사건도 양국이 문제점을 같이 살필 수 있다. 남편 정신질환이 국내 시스템에서 제대로 걸러지지 않았지만 베트남에서 이들이 혼인허가를 받을 당시 제대로 된 건강진단이 이뤄지지 않은 점도 베트남 신부의 사망 원인일 수 있다. 베트남에서 양 당사자가 결혼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국립병원에서 발급받은 건강진단서(혼인 당사자의 정신질환 등 검사 포함)를 제출해야 하는데 부산 남편의 경우 정신병력이 제대로 체크되지 않았다.

그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사건 발생 이후 국제결혼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컸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많이 누그러졌고, 오히려 베트남 관계 기관에 각성을 촉구하는 기사가 현지 언론에 게재됐다"고 설명했다.

김 총영사는 아울러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혼인비자(F2) 발급 전 서류 및 실질 인터뷰 심사를 강화하는 한편, 비자를 발급할 경우 한국에서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필요한 외국인가족센터와 이주여성지원센터 등 유관 기관 전화번호 등도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치민=박기수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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