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냐 얼음이냐.
생각만해도 시원한 발레가 잇달아 온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아이스발레단은 8월 5~11일 ‘2010 아이스발레’를, 첫 내한하는 미국 오리건발레단은 15~22일 ‘호두까기인형’을 공연한다. 내달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은 도심 속 피서지로 변신한다.
60kg 눈이 쏟아진다
성탄절 붙박이 레퍼토리 ‘호두까기인형’. 미 서부를 대표하는 오리건발레단은 조지 발란신 버전을 국내 처음 소개한다. 오리건과 뉴욕시티발레단만이 공연권을 가진 버전으로, 한 여름에 눈 내리는 장면을 선사하게 됐다.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은 러시아 안무가 유리그리가로비치, 바실리 바이노넨 버전을 각각 공연해왔다.
미국식 현대발레 창시자 발란신은 ‘호두까기인형’과 인연이 깊다. 9, 12, 15살 때 왕자 등으로 출연했고, 1954년 이를 새로 안무했다. 당시 그가 속한 뉴욕시티발레단은 자금 위기로 허덕이고 있었는데, 연말 가족공연으로 이 작품이 성공을 거두자 전세계 공연장은 연말마다 호두까기를 공연하게 됐다. 1892년 초연 때 혹평을 받은 이 작품은 발란신 이전까지 큰 빛을 보지 못했었다.
발란신 버전은 실감나게 분장한 인형, 생쥐 등 캐릭터를 강조해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각국 민속춤을 출 때 다른 버전보다 많은 인원이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내한공연에는 오리건발레단원 49명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교육원생 등 국내 어린이 42명이 함께 출연한다. 편안히 즐기려는 어른은 저녁공연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1544-1691
12m×12m 대형 빙판을 가른다
댄스플로어가 아이스링크로 바뀌고, 무용수는 토슈즈대신 스케이트를 신는다. 1998년부터 꾸준히 내한한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아이스발레단은 이번에 ‘신데렐라’와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번갈아 공연한다. 설치된 얼음은 10톤 이상. 영하 15도의 무대와 영상 20도를 유지하는 객석은 여느 피서지가 부럽지 않다.
프랑스 동화작가 샤를 페로의 동화를 원작으로 ‘신데렐라’는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가, ‘잠자는 숲 속의 공주’는 차이콥스키가 음악을 입혔다. 우아함을 자랑하는 친숙한 고전발레다. 간편한 피겨복이 아닌 벨벳, 양단 같은 무거운 의상을 입고 전막 발레를 공연한다는 점에서 일반 아이스쇼와는 차별된다.
서울 공연에 앞서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에서 28일, 군포문화예술회관에서 31일 연다. 8월 13, 14일에는 이천아트홀, 17, 18일에는 대전문화예술의전당으로 무대를 옮긴다. (02)548-4480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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