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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미소 잃은 서민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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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미소 잃은 서민금융

입력
2010.07.2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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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미소금융의 초라한 실적을 따지고 캐피털 회사의 고금리 관행을 질책하면서 서민금융 문제가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신용 7등급 이하의 금융 소외자가 급증해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렇게 된 데에는 외환위기를 겪은 금융기관들이 수익성 위주 경영을 강화하면서 서민 대출이 크게 위축된 탓이 크다. 대출이 어려워지니 생업 기회를 놓친 저소득층이 빈곤으로 빠져들고, 빈곤은 다시 금융소외를 부르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상업금융 논리 벗어나야

상업금융으로부터 외면 받는 서민이 늘어남에 따라 대안금융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였다. 2000년대에 들어와 신나는 조합이나 사회연대은행과 같은 민간단체들이 담보 없이 소액 창업자금을 빌려주는 마이크로크레딧 사업을 시작하였다. 마이크로크레딧 사업은 방글라데시 그라민 은행의 성공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2006년에는 그라민은행과 창시자 무하마드 유누스 총재가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면서 한층 성가를 올렸다.

그라민은행의 성공 비결은 간단하다. 담보가 없고 보증이 없다는 이유로 빈곤층에게 대출을 기피하는 상업금융기관과는 반대로 가난하다는 것을 증명하면 대출 자격을 주었다. 그라민은행은 하루 10%에 달하는 고리대에 시달리는 방글라데시 빈곤층에게 희망의 씨앗을 나누어 주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대안금융은 한층 더 발전할 기회를 얻었다. 정부는 10년간 2조원의 재원을 마련하기로 하고, 지난해 말부터 미소금융 재단을 통해 마이크로크레딧 사업을 시작하였다. 전국적으로 200~300개의 지점을 설립하여 매년 2,000억 원 규모를 대출하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미소재단은 지금까지 55개 지점을 통해 122억 원을 대출했을 따름이다.

지점 수가 늘어나면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낙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대출 원금 회수율을 매우 높게 요구하는 미소재단의 운영방침이 사업 확대를 막고 있다. 미회수 대출금에 대한 책임을 감당하기 어려운 지역 사업자들은 대출 사업에 적극 나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미소재단은 자원봉사자에 의존하는 사업을 고집하여, 경영자문 등 전문적인 사업관리를 통한 대출자의 자립지원 활동을 제한하고 있다.

이렇게 원금 보존과 운영경비 최소화라는 상업금융의 기준을 앞세우고 사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 지원은 전혀 없다 보니 사업 확대가 쉽지 않다. 상업금융에서 소외된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면서 상업금융 논리를 고수하는 불합리를 털어버리지 않고서는 부진을 벗어나기 쉽지 않다.

정부 역할 꾸준히 늘리길

정부가 햇살론이라는 새로운 서민금융 서비스를 출범시켜 5년간 10조원을 지원한다고 한다. 창업자금 대출에 초점을 맞춘 미소금융과 달리 햇살론은 사업운영자금과 생계자금까지 대출하기로 하여 서민층의 다양한 욕구를 반영하였다. 미소금융보다 훨씬 규모가 큰 햇살론의 등장에는 정부가 대출액의 85%에 보증을 서는 방식으로 책임을 늘린 것이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다. 정부의 새로운 시도가 서민층 금융소외의 그림자를 걷어내는 햇살이 되었으면 한다. 정체에 빠진 미소금융에도 돌파구가 열리기 바란다.

서민금융 사업은 숱한 가시밭길을 거쳐야 하는 어려운 도전이다. 그 출발점은 시장금융에서 소외된 서민에게 시장의 칼날을 들이대는 관행을 버리는 것이다. 정부는 시장의 고리채를 탓하는데 그치지 말고 금융 소외자를 위한 서민금융에서 자신의 역할을 꾸준히 늘려나가야 한다.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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