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의 목소리는 요란하지만 중소기업의 현실은 여전히 열악하다. 대기업은 정부의 요구에 등 떠밀리듯 마지 못해 시늉만 하고 있고, 중소기업의 상황은 점점 악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대기업과 의기투합, 기술개발 및 품질 관리를 통해 상생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며 글로벌 부품 기업으로 동반 성장해 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같은 상생 협력의 사례는 우리 산업의 새 희망이 되고 있다.
26일 경기 안산 반월공단에 위치한 유망 중소기업 씨티엠을 찾았다. 프레스, 금형 기술로 안전벨트, 에어백 등 자동차 안전부품과 가전기기 등을 제조하는 이 업체는 지난해 싱글PPM인 10PPM을 달성한 기업이다. 싱글PPM은 제품 100만개 중 불량품 개수를 10개 미만으로 유지하는 품질관리 방법으로 제품 찍어내기에 바쁜 중소규모 업체로써는 여간 해서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다. 올해 상반기에는 6PPM을 유지하고 있다. 씨티엠은 이런 제품 품질력을 인정받아 세계적 자동차 부품사인 오토리브, TRW, 콘티넨탈 등을 통해 GM, 포드, 포르쉐, 다임러 크라이슬러 등에도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그동안 매출도 크게 성장해 지난해 224억원이던 매출은 올해 347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서호근 씨티엠 사장은 “2차 협력사로서 1989년부터 현대ㆍ기아차에 안전부품 금형 등을 납품하고 있는데 대기업에서 수시로 열고 있는 품질관련 세미나, 현장 직원교육 등을 잘 활용하면 품질관리 신기술이나 신공법 개발에 유용하다”며 “투박하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을 일상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이 미흡해 산업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비판적 목소리도 높지만 일각에서는 이미 대ㆍ중소기업 간 새로운 상생협력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들 중소 기업들은 진정한 상생협력 모델이란 대기업이 중소기업이 자립할 수 있도록 기술 교육, 세계시장 판로 개척을 돕고 중소기업은 기술개발과 품질관리 강화로 관련 산업의 선진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말한다.
씨티엠이 품질관리 기법을 도입한 것은 10여년 전. 당시 아무런 사전지식이 없었지만 자동차 안전에 관련된 부품을 생산하는 만큼 품질관리를 철저히 하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하지만 생산현장에서 수시로 정밀측정을 하고 제품을 검사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무엇보다 작업 공정에 품질관리 체계를 만드는 것이 어려웠다. 그때 서 사장은 대기업에서 마련한 해외우수기업 탐방 프로그램을 통해 일본 등을 방문하며 선진 기법을 배웠다. 그리고 직원들은 대기업이 수시로 개최하는 협력업체 세미나와 직원 전문화 교육 등에 빠짐없이 참여시켰다.
그런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 씨티엠에서만 볼 수 있는 자주검사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생산자가 직접 검사자가 되도록 하는 것으로 작업자 옆에 마련된 자주검사대에서 이루어진다. 작업자는 2시간마다 3개씩 의무적으로 제품을 측정해 기록카드에 적도록 돼 있고 정밀측정은 수시로 이루어진다. 이 때문에 이 곳에서는 제품 생산을 담당하는 직원을 작업자라고 부르지 않고 제품 검사자라고 부른다. 그만큼 생산제품의 품질에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씨티엠은 이렇게 개선된 품질과 금형 기술로 생산제품과 판매처 다변화로 자립 노력을 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 외에도 식기세척기 등 주방가전 제품을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만들고 있고 풍력발전기에 들어가는 부품도 생산하고 있다. 자동차 안전 부품은 현대ㆍ기아차의 SQ(supplier quality)인증을 바탕으로 중국, 인도 등 새로운 시장개척을 준비 중이다. 해외 시장을 개척할 때도 씨티엠은 현지에 진출한 대기업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적극 활용한다. 이런 노력 덕분에 씨티엠은 올해 300만달러 수출탑 수상을 바라보고 있다.
서 사장은 “하청업체가 아닌 협력업체라는 말은 자동차 산업에서 처음 쓰이기 시작했다”며 “자동차가 2만가지 부품의 조립으로 만들어지듯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산업 기술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기술 개발에 협력 한다며 상생은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27일 경기 화성에서 1, 2차 부품협력사 대표와 이현순 현대ㆍ기아차 연구개발본부 부회장 등 2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현대차그룹 협력사 상생협력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부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현대ㆍ기아차는 협력사와 긴밀하고 다각적인 협력과 지원을 통해 세계적 수준의 연구개발 경쟁력을 확보했다”며 “앞으로도 부품 협력사들과 신차 기획, 설계 단계부터 협업을 강화하고 신기술 공동개발에도 협력사들의 참여를 확대해 1차는 물론 2,3차 협력사 품질 및 기술 육성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안산=글ㆍ사진 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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