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 재보선에선 이른바 '야당의 숨은 표'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나라당이 승리함으로써 재보선에서 여당이 참패한다는 징크스가 깨졌다.
실제 득표율이 선거 전 여론조사 지지도보다 높을 때, 그 격차를 '숨은 표'라고 부른다. 여론조사 결과가 크게 빗나갔던 6ㆍ2 지방선거에선 야당의 숨은 표가 5~15%포인트에 달했고, 지난 해 두 차례 국회의원 재보선에선 4~7%포인트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선 오히려 여당인 한나라당에 숨은 표가 있었다. 서울 은평을의 경우 26일 각각 실시된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와 민주당(한국사회연구소에 의뢰) 여론조사에서는 한나라당 이재오 후보와 장상 후보의 격차가 각각 7.9%포인트와 9.8%포인트였지만, 28일 개표 결과 격차가 18.4%로 커졌다. 충북 충주에서도 한나라당 윤진식 후보와 민주당 정기영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도 격차는 11.7~16.8%였지만 실제 개표에선 27.3%로 벌어졌다.
강원권에선 민주당의 숨은 표가 조금 있었다. 태백ㆍ영월ㆍ평창ㆍ정선의 경우 민주당 최종원 후보와 한나라당 염동열 후보의 실제 득표율 차이(10.1%)가 한나라당(1.5%포인트)과 민주당 조사(4.8%포인트) 때보다 커졌고, 원주에서도 민주당의 숨은 표가 4, 5%포인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야당의 숨은 표가 별로 나타나지 않은 것은 이번 투표율(34.1%)이 지방선거 때의 54.5%보다 현격히 낮은 것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만큼 젊은 층의 투표율이 떨어진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조해진 대변인은 28일 "중간선거는 여당의 무덤이라는 도식도, 투표율이 낮으면 여당에 유리하고 높으면 야당에 유리하다는 도식도 깨졌다"고 말했다.
김대중정부 이후 실시된 국회의원 재보선에선 여당이 전패해왔다. 그나마 지난 해 10ㆍ28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5곳 중 2곳을 건져 '전패 징크스'는 깨진 상태였는데, 이번에 한나라당이 8개 선거구 중 5곳을 차지하면서 여당의 재보선 필패 공식에도 예외가 생겼다.
또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은평을(40.5%)과 충주(43.6%) 철원(47.5%)에서 한나라당이, 28.7%에 그친 원주에서는 민주당이 승리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조해진 대변인은 "지방선거를 통해 위기감을 느낀 여당 지지층이 투표에 적극 참여했고, 중간층 유권자들의 역(逆) 견제심리가 작용한 듯하다"고 풀이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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