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체벌 전면 금지와 두발 및 복장 자율화 등을 담은 학생인권조례를 내년 중에 제정해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학생인권조례를 밀어붙이겠다는 의미다. 그는 또 각 학교가 생활규정을 만들 때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토록 하겠다고 말해 주목된다.
대표적인 진보 교육감으로 불리는 곽 교육감은 취임 1개월을 앞둔 26일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학생인권조례엔 체벌을 비롯해 두발 및 복장 문제, 야간자율학습 문제 등이 모두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 "체벌을 전면 금지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두발 및 복장을 자율화하고, 강제적인 야간 자율학습을 폐지시키는 내용이 인권조례의 골자가 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곽 교육감은 또 "학교 생활 규정을 만드는 데 학생이 주인이 돼야 한다"며 "학생 스스로 규정과 함께 자치규찰대를 만들어 단속ㆍ집행하고, 교내 재판에도 참가할 수 있도록 자치활동권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지금의 학교 규정들은 학생들의 뜻이 전혀 반영되지 않아 비행 등의 문제가 생기고, 학교에선 이를 일방적으로 징계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자는 취지다.
곽 교육감은 "그동안 학생들은 자신이 동의한 적 없는 규정에 의해 규제받아왔다"며 "학생들이 입법 과정에 참여할 경우 그만큼 자율규제 능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집단 응시 거부 사태 등 논란을 빚고 있는 국가 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와 관련, 성적 공개 방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곽 교육감은 "1년에 한번씩 치르는 전국 단위 평가는 학교별 성적이 공개되다 보니 교장ㆍ교육장ㆍ교육감 평가와 연동될 수 밖에 없다"며 "학력이 향상된 학교만 공개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진보 성향 인사로만 구성해 편향성이 도마에 오르고 있는 시교육청 인사위원회와 징계위원회에 대해선 "적절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정책과 관련한 위원회는 보수와 진보가 균형을 맞춰야 하지만 인사권과 징계권은 교육감이 위임하는 것이어서 큰 틀에서 (교육감과)철학이 같은 인사들로 구성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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