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아닌데..."
26일 국내 대기업의 한 직원은 대화 도중 혼잣말을 내뱉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현대경제연구원이 국민 2,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이날 발표한 2010년 상반기 기업호감도(CFI) 조사 결과가 화제로 올랐던 터였다. 조사결과의 요지는 기업에 대한 국민의 호감도가 4반기 연속 상승하면서 100점 만점에 54점이라는 사상 최고 점수에 이르렀다는 것. 기업들 입장에서는 반길 만한 내용이었지만 이 직원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그의 우려는 짐작할 만한 것이었다.
우리 대기업들은 지금 너무나 잘 나가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는 업체가 속출할 정도다. 그러나 뒷맛이 개운치는 않다. 한국일보의 기획보도 등을 통해 이 같은 성과의 진정한 평가는 하청업체들과의 건전한 상생관계를 바탕으로 할 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정부가 실태 파악에 팔을 걷어붙이는가 하면, 이명박 대통령까지 대기업들을 비판하는 형국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자화자찬식 자료를 배포하는 행위는 기업들에게 도움을 주기는커녕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게 그 직원의 우려였다. 아닌 게 아니라 이 자료에는'윤리경영실천' 분야에서 27점이라는 낙제점을 받아놓고도"우리 기업들의 다년간에 걸친 사회적 책임 경영 실천을 국민이 인식한 결과 지난해보다 3점 높아졌다"는 해석을 붙이는 식의 자의적 '해몽'이 넘쳐났다.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들은 지난 주말에도 비리 기업인 78명을 특별사면 해달라고 요구해 국민의 눈총을 산 바 있다.
경제단체는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곳이다. '밥값' 하려는 것은 이해하지만, 기업의 이익은 무조건적인 친기업 홍보나 대정부 요구로 담보할 수 없다. 과도하면 역효과를 초래한다. 이는 많은 선례를 통해 익히 입증된 것이다. 경제단체들의 현명한 행보가 아쉽다.
박진석 산업부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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