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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밤에 휴대폰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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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밤에 휴대폰이 울렸다

입력
2010.07.2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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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휴대폰이 울렸다. 시인이 휴대폰 꺼놓는 것을 깜빡했나보다. 휴대폰에 뜨는 번호가 낯설다. 받을까 말까 시인은 고민했다. 시인은 은현리에 살면서부터 어두워지면 휴대전화를 꺼놓는다. 시인이 휴대폰을 끄는 이유는 술친구들 때문이었다. 시인에게 주당의 전화는 언제나 반가운 전화지만 은현리에서는 불편한 전화가 되었다. 무조건 나오라고 닦달해도 흥겨운 술자리와 시인이 사는 적막한 밤까지는 25km나 떨어져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더구나 시인은 운전도 하지 못한다. 시인은 매번 거절하기 미안해서 휴대폰을 꺼놓는 것으로 밤 시간대의 소통에 대해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시인에게 밤에 휴대폰을 꺼놓는 것이 편안한 습관이 되고부터 걸려오는 전화도 없었다. 시인은 고민하다 전화를 받았다. 밤에 울린 휴대폰 속 목소리는 자기를 누구라고 소개했다. 그는 시인이 자신을 알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몰라도, 시인은 분명하게 기억하는 사람이었다. 후배의 부탁으로 행사에 참석했다 시인이 만난 그는 행사의 주관자였는데 초대한 손님에 대해 무례했다. 시인은 행사 내내 목줄 매인 개처럼 불편했다. 그는 예전과 비슷한 행사를 또 준비하고 있었다. 시인은 일언지하에 초대를 거절했다. 시인은 휴대폰을 끄고 던져 버렸다. 밤에 휴대폰을 끄는 일이 더 오래 연장될 것 같다, 고 시인은 화가 난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시인ㆍ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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