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25년 역작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번역 출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25년 역작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번역 출간

입력
2010.07.26 12:02
0 0

정치적 구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진보’다. 선거 때마다 많은 후보들은 ‘진보’를 표방하며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다. 그러나 과연 이 때 ‘진보’의 개념에는 어떤 역사적 때가 묻어있을까.

고대 그리스에서 ‘진보’란 개개인의 교양이나 덕성이 완벽해지는 것을 의미했고 사회적ㆍ도덕적 조건들이 개선된다는 의미는 포함되지 않았다. 교회가 지배하던 중세시대에는 그 의미가 바뀌었다. 진정한 진보란 세상의 굴레에서 벗어난다는 뜻이었고 그것의 목표는 신에게 다가가는 것이었다. 진보가 정치적인 표어가 된 것은 19세기에 이르러서였다. 서구가 본격적인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비로소 진보에는 정치ㆍ사회적인 의미가 포함됐다.

이처럼 모든 개념은 특정한 사회적, 정치적 맥락을 고려해야 그 의미를 명확히 할 수 있다. 독일의 역사학자 라인하르트 코젤렉(1923~2006)이 동료학자들과 엮은‘독일 정치ㆍ사회ㆍ언어 역사사전’은 특정 개념이 정치ㆍ사회적 맥락 속에서 어떻게 의미가 변했는가를 밝힌 사전이다. 모두 119개의 개념을 8권으로 묶었는데 1972년 첫 권이 발간된 이후, 1997년 완성될 때까지 25년이 걸린 대작이다. 기획의 방대성과 방법론적 혁신성으로 발간 당시부터 광범위한 호평과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독일 학자들은 난해한 역사적 개념에 봉착했을 때 그 개념을 과연 특정한 콘텍스트에 사용해도 좋을지를 이 사전을 참고해 판단한다고 한다.

이 기념비적인 사전이 (푸른역사 발행ㆍ사진)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처음으로 번역됐다. 119개의 기본 개념중 우선 ‘문명과 문화’, ‘진보’, ‘제국주의’, ‘전쟁’, ‘평화’등 5개 개념만 번역했다. 2005년부터 개념사 연구를 시작,‘헌법’‘민족주의’ 등 한국개념사총서를 발간하고 있는 한림대 한림과학원 주도로 번역작업이 이뤄졌다. 앞으로 10여 개의 개념을 추가로 번역할 예정이다.

김용구 한림대 한림과학원장은 “이 사전은 분과학문의 틀을 뛰어넘는 인문학적 역사연구의 전망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개념사 연구의 표본적 모델로 인정받고 있다”며 “번역서 출판을 계기로 개념사 연구방법론을 개발하는 시도가 왕성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