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회장이 이끄는 KB금융지주의 수뇌부 진용이 구축됐다. KB금융지주는 26일 계열사대표 추천위원회를 열어 지주사장에 임영록 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차관, 최대 자회사인 국민은행장에 민병덕 현 개인영업그룹 부행장을 내정했다. KB금융지주는 곧 다른 계열사 사장단 인사도 마무리 짓고, ‘잃어버린 리딩뱅크’ 지위회복을 위해 본격적인 공세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민병덕ㆍ임영록은 누구
민병덕 행장 내정자는 은행 내 손꼽히는 영업맨. 1981년 옛 국민은행으로 입사해 충무로ㆍ영동지점장과 경서지역ㆍ남부영업지원 본부장을 거쳤으며 2008년 부행장 승진 후에도 영업그룹을 맡았을 만큼, 은행 경력의 거의 전부를 현장영업에서 보냈다.
민 내정자의 좌우명은 ‘열정을 포기하는 것은 영혼을 주름지게 한다.’ 지금도 주 3회 이상 현장을 누빌 만큼, 일선 영업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다.
임영록 사장 내정자는 행정고시 20회로 재경부 은행제도과장, 금융정책국장, 차관보, 제2차관 등을 거친 정통 재무관료 출신. 국책은행을 비롯해 주요 기관장 인사 때면 늘 하마평에 올랐지만, 지난 정부에서 차관을 지낸 이력 때문에 번번이 좌절됐다가 이번에 KB금융그룹의 최고경영진으로 화려하게 입성했다.
민 내정자는 “30년간 영업관리를 해 온 능력과 어 회장의 식견을 접목해 글로벌 은행으로 우뚝 솟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또 “조직 안정은 물론, 생산성을 최대한 끌어올려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생산성을 높이는 조치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임 내정자는 “평소 30여년의 금융정책 경험을 현장에 적용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다”며 “과거 금융지주회사법을 담당하면서 각종 진입 규제를 완화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중장기 전략 수립과 자회사 간 시너지 강화를 위해 힘쓸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선임 배경은
이번 인사는 전적으로 어 회장의 결정이었다. 자신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인사를 골라, 양 날개에 포진시키는 절묘한 선택을 했다는 게 은행 안팎의 평가다.
모양새로 봐도 KB는 민간출신 회장과 관료출신 사장, 내부 출신 행장의 안배가 이뤄졌다. 출신 지역에서는 TK 등 특정지역 인사 내정설 등을 감안한 듯, 행장(충남 천안)과 사장(강원 영월) 모두 중립적인 인사를 택했다. 특히 그룹의 중추 조직인 은행 CEO에 설문조사까지 동원, 직원들의 지지를 받는 내부인사를 승진시킨 것은 향후 진행할 개혁작업에 대한 저항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특히 어 회장 스스로 ‘비만증 환자’로 표현한 KB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영업통 행장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평가다.
3인의 향후 역할분담도 어느 정도는 예상 가능해 보인다. 어윤대 회장은 ‘실세 출신’답게 굵직하고 중대한 의사결정 및 대외 활동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 발전전략 수립과 계열사간 업무조정, 대정부 업무 등 현안들은 오랫동안 금융정책을 다뤄온 임영록 사장이 총괄할 전망이다. 민병덕 행장은 수익창출과 시장지배력 강화를 위해 오로지 영업에만 주력할 전망이다. 은행권의 한 고위인사는 “어윤대 회장의 가장 큰 한계는 일선 실무와 전략ㆍ기획경험이 없다는 것인데 이번 인사를 통해 이 약점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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