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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한국 여자스포츠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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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한국 여자스포츠의 힘

입력
2010.07.26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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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가 배출한 첫 세계적 스포츠 스타는 누구일까?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66년 WBA주니어미들급 챔피언에 오른 프로복서 김기수를 떠올릴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들은 한번 세계정상에 오른 선수들이었지, 해당 종목에 지워지지 않을 족적을 남긴 스타급 선수라고 하기는 어렵다. 객관적으로 볼 때 한국 최초의 진정한 세계스타는 박신자다. 63년 페루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팀을 4강으로 이끌었고, 4년 뒤 체코 대회에서 당시 세계 스포츠계를 휩쓸던 소련에 이어 한국을 준우승에 올려놓은 그 선수다.

▦기록으로 봐도 박신자는 실로 경이로운 선수였다. 페루 대회에선 베스트 5에 뽑혔고, 체코 대회에선 이례적으로 우승팀이 아닌 팀에서 대회 MVP로 선정됐다. 이미 2m대의 여자농구선수가 즐비했던 그 시대에 세계 최고의 센터로 인정 받았던 박신자의 키는 겨우 176cm였다. 체코 대회 우승팀 소련의 평균신장은 190cm가 넘었다. 박신자는 여자농구 100여 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및 지도자 25인에 뽑혀 99년 미국 테네시주에 세워진 여자농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160cm대의 김추자, 김명자가 당시 박신자와 트리오를 이룬 꼬마선수들이었다.

▦한국 스포츠의 세계화는 확실히 여성이 앞장 서 열어왔다. 60년대 농구를 필두로, 73년 사라예보의 쾌거를 일군 탁구의 이에리사, 79년 양궁의 한국시대를 연 김진호, 95년 세계를 제패한 핸드볼, 99년 골프여제에 오른 박세리, 그리고 김연아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세계 정상에 깜짝 등극한 뒤에야 남자 선수들이 허겁지겁 그 뒤를 좇았다. 이번엔 여자 축구가 U-20 월드컵에서 4강에 올라 첫 정상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특히 스트라이커 지소연은 발군의 개인기와 골 결정력으로 '여자축구의 메시'란 평가를 받으며 이미 세계스타 반열에 올랐다.

▦한국 여성스포츠가 강한 이유에 대해 골프나 양궁에선 젓가락질로 손 감각이 발달했다는 분석이 있었다. 그건 남녀 공통이다. 세계적으로 여성 스포츠의 저변이 얕다든지, 체격 조건이 남자보다는 덜 불리하다든지 하는 견해도 있는데 우리의 조건이 특별히 나을 리도 없다. 결국 문화적 요인일 것이다. 오랜 억압의 문화에서 억눌렸던 우리 여성의 에너지가 틈과 계기를 만나면 화산처럼 뿜어져 나오기 때문이라는 추정이다. 집념과 성취 욕구가 남성, 외국인보다 훨씬 강하리라는 것이다. 자식 키우는 우리네 어머니에게서 보는 바로 그 모습이다.

이준희논설위원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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