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수년 전 도난 당한 고서(古書)와 서화 등 1,200여점을 장물업자로부터 사들여 이중 수 백 점을 유통시킨 구모(65)씨 등 골동품 업자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또 같은 장물업자한테서 도난서적을 산 혐의로 지방 S대 교수 김모(47)씨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구씨와 교수 김씨 등은 2005년 7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충북 충주시 소재 골동품 가게에서 장물업자 김모(46ㆍ2007년 구속)씨로부터 고서적과 고문서, 고서화 등 총 1,271점을 4,100여만원을 주고 산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작품들은 고창향교, 김정희 고가(古家) 등 전국의 향교와 문중 재실(齋室), 고택 등 30곳에서 도둑맞은 것들로 이중에는 어정주서백선(御定朱書百選ㆍ유학자 주희의 서간을 조선 정조가 간추려 펴낸 책), 궁모란병풍(宮牧丹屛風ㆍ조선시대 궁중의례에서 사용된 병풍) 등 중요한 문화재적 가치를 지닌 것들도 있었다. 당시 이를 훔친 김모(58)씨 등 4명은 2007년7월 경찰에 절도 혐의로 구속됐지만 처분 경로를 불지 않아 작품 행방을 알 수 없었다.
경찰 조사결과 구씨 등 골동품 업자 3명은 궁모란병풍을 400만원에 취득한 후 팔 때는 1,500만원을 받는 등 장물 282점을 3~12배의 이윤을 남기고 개인에게 판 것으로 드러났다. 교수 김씨는 중국학 연구를 위해 영규율수(瀛奎律髓, 중국 당송시대 시선집) 등 고서 900여권을 1,276만원에 사서 소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구씨 등은 낙관을 오려내거나 새로운 낙관을 찍는 수법으로 고서의 출처를 숨겼으며 공소시효(10년)가 만료될 때까지 도난 문화재 상당수를 보관하는 방법으로 경찰 추적을 피하려 했다. 또 이들은 무허가로 문화재 전문 인터넷 경매사이트를 2008년 1월부터 2010년 5월까지 운영하면서 51만건의 고서적을 매매해 왔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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