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과 메르세데스-벤츠 등을 앞세운 독일 자동차 업체가 국내 수입차 시장을 평정하고 있다. 반면 한때 지리적 이점 등으로 국내 수입차 시장 판도를 바꿀 것으로 예상됐던 일본 브랜드는 엔고와 리콜 악재 등으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6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 상반기 BMW, 메르세데스-벤츠, 폴크스바겐, 아우디 등 독일 브랜드는 국내 수입차 시장 점유율 56%(2만 3,494대)를 기록했다. 올해 팔린 수입차의 절반이상을 차지한 셈이다. 이처럼 독일 브랜드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성능을 높이고 가격을 낮춘 신차 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프리미엄 브랜드와 폴크스바겐과 같은 중저가 브랜드가 시장을 효과적으로 협공하고 있다는 점 주효했다는 평가다.
또 하나의 요인은 같은 독일 업체간의 경쟁이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가 치열하게 판매 1위를 놓고 경쟁을 하면서 독일 브랜드의 전체 판매량이 늘고 있다. 반면 2008년 독일 브랜드와 점유율 차이를 7%까지 좁혔던 일본 브랜드는 26.6%(1만1,140대)로 하락, 독일 브랜드 판매량의 절반 이하로 추락했다. 엔고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도요타의 리콜 악재가 겹친 까닭이다. 금융위기의 본산인 미국 브랜드는 올 상반기 시장 점유율 한자리 수(9%)로 주저 앉았다.
이와 관련해 한국수입자동차협회 관계자는 “당분간 일본 브랜드가 대표차종에 대한 신차 출시 계획이 없는 데다 미국 브랜드도 아직 회복을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BMW, 메르세데스-벤츠, 폴크스바겐, 아우디 등이 올해 나란히 1만대 이상의 고공 판매 행진을 이어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BMW 5시리즈, 없어서 못 판다
하반기 독일 브랜드의 강세를 주도할 차는 BMW의 뉴5시리즈. 4월 출시 후 판매가 급상승, 6월에는 BMW528(690대)이 메르세데스-벤츠E300(569대)을 누르고 베스트셀링카 왕좌에 올랐다. 독일 브랜드의 돌풍을 이끌었던 신차가 지난해 메르세데스-벤츠E300에서 올해 BMW5 시리즈로 바통을 넘겨 주는 모양새다. BMW의 뉴5시리즈는 지금 구입신청을 하더라도 차량 인도까지 적어도 6개월 이상 소요될 정도다.
뉴5시리즈의 인기비결은 8년 만에 풀체인지 모델이라는 점이 작용하고 있다. BMW 특유의 모양을 살리면서도 한층 세련됐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디자인이 큰 몫을 하고 있다. 게다가 상급 차종인 7시리즈의 차체(플랫폼)을 사용, 커진 차체도 국내 소비자의 기호를 만족시키고 있다.
편의사양도 최고급이다. 528i의 경우 10.2인치의 와이드 스크린 내비게이션, 주행정보가 운전자석 앞 쪽에 비춰지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시스템, 자동 주차 보조시스템(SPAS) 등 고급 사양을 두루 갖추고 있다. 특히 자동주차 보조시스템은 일렬 주차 시 차량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핸들이 자동으로 움직이면서 주차할 수 있어 여성 운전자에게 인기다.
BMW는 하반기에도 5시리즈 바람몰이를 이어갈 계획이다. 5시리즈의 디젤 라인인 520d와 535d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미 가솔린 모델인 528i에 이어 또 한번의 돌풍이 예상된다. 전세계적으로 BMW가 홍보에 공을 들이고 있는 친환경 차량 액티브 하이브리드 X6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21일 한국법인 15주년에서 김효준 BMW 사장은 “물량만 확보된다면 올해 5시리즈로만 1만대 이상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밝힌 바 있다.
▦벤츠 E300도 롱런 준비 중
메르세데스-벤츠의 뉴E클래스의 뒷심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7년 만에 풀체인지 된 E클래스는 대표 차종인 E300이 올 상반기 베스트셀링카(2,890대)에 올랐다. 자동 7단 변속기와 6기통 2,996㏄엔진이 벤츠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E300과 BMW 528은 쌍두마차로 올 한해 독일차의 돌풍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BMW5시리즈와 벤츠E300은 국내 수요층이 두터운 6,000만~7,000만원 대 프리미엄 시장을 정확하게 공략하고 있다”며 “당분간 이 수요에 대한 도전은 같은 독일계인 아우디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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