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한 차량주인이 차로 들이받아 서울외곽순환도로 갓길에서 숨진 대리기사 이동국(52)씨가 사망 전 112에 폭행신고를 하자 고속도로 순찰대가 지역 관할 경찰의 출동요청을 받고도 자신의 업무와 무관하다며 묵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고속도로 순찰차량 대기장소는 이씨 사망현장과 근접거리에 있었다. 이씨의 사망에 경찰의 현장확인 소홀(7월23일자 10면)에다 고속도로 순찰대의 방관적 자세까지 직간접적으로 관여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고속도로 사고ㆍ범죄에 대한 경찰의 총체적인 관리부실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25일 경찰과 사건현장 목격자 등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오후 9시29분께 "차주로부터 폭행당하고 있다"는 대리기사 이씨의 112 신고를 받은 남양주경찰서는 바로 외곽순환도로를 관할하는 고속도로 순찰대에 "폭행을 신고한 이씨 차량을 찾는 데 순찰차를 보내달라"고 지원을 요청했다. 당시 이씨는 구리 인터체인지를 지난 뒤 달리는 차량 안에서 차주가 폭행하자 112에 신고했고 불암산 톨게이트 근처 도로 갓길에 차량을 세웠다.
이씨는 이곳(판교기점 34.1km)에서 사망했으며 고속도로 순찰대의 대기장소도 사고 장소로부터 수km 안팎이고 수시로 고속도로 순찰을 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고속도로 순찰대는 지역경찰의 지원요청에 대해 폭력사건은 우리 소관이 아니라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를 받았던 남양주경찰서 관계자는 "고속도로 순찰대 측에서 '폭력 사건은 처리를 안 하고, 고속도로 상에서 교통사고나 그 외에 사고처리를 위해 출동한다'며 지원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속도로 순찰대 관계자는 "관할 지역경찰로부터 그런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더욱이 외곽순환도로 도로관리를 맡고 있는 민간회사인 서울고속도로의 순찰차량 대기장소(판교기점 33.8km)도 사고현장에서 3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고속도로 사고에 대한 민간과 경찰의 유기적인 협조ㆍ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의문시된다. 외곽순환도로 관리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사고차량이 야간에 갓길주차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이나 민간 순찰차량이 어떻게 발견을 못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지역경찰과 고속도로 순찰대가 이씨의 신고에 이처럼 늑장을 부리는 사이 차주인 박모씨는 사고지점에서 차를 세우게 한 뒤 실랑이를 벌이다 갑자기 운전대에 앉아 차량 뒤에 있던 이씨를 친 뒤 오후 10시3분께 불암산 톨게이트를 통과해 일산방향으로 도주했다. 당시 이씨의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남양주경찰서 별내파출소는 이씨 차량을 발견하지 못하자 그냥 돌아갔고 차에 치여 숨진 이씨는 이로부터 1시간50분여가 지난 오후 11시50분께 사고현장 부근을 지나던 트럭운전기사의 신고로 민간회사인 서울고속도로 순찰차량에 의해 발견됐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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