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늘 마주치는 작은 대상도 작가들의 섬세한 관찰을 거치면 예술이 된다.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처럼 관찰하기’전은 관찰력에 포커스를 맞춘 전시다. 거미, 시들어가는 상추, 머리카락, 고춧가루 더미 등이 작가 12명의 눈을 통해 현대미술로 재탄생했다.
구현모씨의 영상 작품 ‘월광’은 어느 여름밤 작가의 책상 위에 나타난 거미를 촬영한 것이다. 긴 다리의 거미가 베토벤의 피아노소나타 ‘월광’과 달을 배경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무용수의 우아한 춤 같다. 거대한 붉은 사막 풍경처럼 보이는 방명주씨의 사진 ‘매운 땅’은 재래시장 한 켠에 수북이 쌓여있는 고춧가루 더미에서 비롯됐다. 방씨는 고춧가루가 마치 넘을 수 없는 커다란 붉은 산맥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김미형씨는 거리에서 우연히 발견한 죽은 곤충의 날개, 벌레먹은 나뭇잎 등을 작품의 소재로 삼았다. 생명이 다한 콩잎은 작가의 손길에 의해 부케를 든 신부가 됐고, 잠자리 날개는 꽃잎으로 바뀌었다. 이밖에 상추가 시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생로병사를 말하는 박재웅씨의 회화, 자신의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짜서 날개 형상을 만들어낸 함연주씨의 설치 작품 등도 눈길을 끈다.
50여 점의 작품 앞에는 QR(Quick Response) 코드가 부착돼있어 스마트폰으로 인식하면 작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작가 약력 등을 볼 수 있다. 8월29일까지. (02)736-4371
김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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