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2년 발굴된 투탕카멘묘에서는 향수병 하나가 발견됐다. 3,400년의 세월이 흘렀으나 이 향수병 속 향수에서는 은은한 향이 풍겨 나왔다. 고대인들은 향수를 어떤 용도로 사용했고, 과연 향수는 어디에서 만들어져 어떻게 전해진 것일까. 20세기 가장 위대한 발굴 중 하나로 꼽히는 투탕카멘묘가 던진 여러 의문 중 하나다.
EBS '다큐프라임'이 3부작 '인센스 로드, 최초의 무역로 대탐험'의 이름으로 26~28일 밤 9시 50분 그 해답 찾기에 나선다. 지중해 연안을 중심으로 활발한 무역활동을 만들어낸 '인센스 로드' (Incense Road)를 복원해 고대인들의 삶에 접근한다.
인센스 로드는 향(香)의 길을 뜻한다. 2,000여년 전 동서무역로였던 실크로드에 앞서 최소 4,000년 전에 열린 인류 최초의 무역로다. 향이라는 뜻의 인센스가 의미하듯 이집트와 아라비아, 지중해에 걸쳐 개설된 이 무역로의 주된 교역물은 향이었다. 당시 향은 고대인들이 지닌 모든 욕망을 실현시켜주는 수단이었다. 향은 영생불멸을 꿈꾸는 이들에게 마음의 위로를 주었고, 성적 매력과 권력, 부를 드러내기에 적절한 최상의 장식품이기도 했다.
고대인들이 열광했던 향은 유향. 동방박사가 아기 예수에게 선물했다는 세가지 물건 중 하나로 남아라비아 도파르 지역에서만 생산됐다. 향 소비가 많았던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들은 유향을 구하기 위해 원정대를 파견했고, 약탈도 서슴지 않았다. 도파르 지역에서 만들어진 향은 아랍상인들의 손과 인센스 로드를 거쳐 이집트와 로마, 오만, 이스라엘 가자 지구까지 퍼져나갔다.
프로그램은 오만에서 가자 지구에 이르는 총 2,400㎞의 인센스 로드를 되살려내고 이 길 위에 향이 만들어낸 고대문명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집트, 이스라엘, 요르단, 오만, 이탈리아, 인도, 중국, 한국에까지 이어졌던 고대 무역루트도 조명한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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