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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미술상 후보작가 3인전/ 상상력 튀는 3色의 실험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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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미술상 후보작가 3인전/ 상상력 튀는 3色의 실험작품

입력
2010.07.2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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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브랜드 에르메스 코리아가 주관하는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은 국내 대표적 미술상 중 하나다.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젊은 작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 상은 그간 장영혜 김범 박이소 서도호 박찬경 구정아 임민욱씨 등 쟁쟁한 작가들을 배출했다. 11회째인 올해는 양아치(40), 배종헌(41), 박진아(36)씨가 최종 후보로 올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최종 수상자 선정을 가리기 위한 3인전을 열고 있다.

전시장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환경 문제를 테마로 한 배종헌씨의 ‘일기예보 프로젝트’다. 19세기 유럽 낭만주의 화가들의 풍경화를 움직이는 입체물로 재현한 ‘터너의 바다’와 ‘프리드리히의 산’은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을 보여준다. 명화의 뒷면에서는 라면이나 과자 봉지 등 각종 폐지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영상 작업인 ‘우리집 일기예보’에서는 배씨가 직접 기상 캐스터가 돼 일기예보를 한다. 그릇 다섯 개를 처마 밑에 각기 다른 높이로 설치해 비의 양을 측정하고, 0부터 5까지 농도를 달리한 숫자를 통해 황사 정도를 알려주는 식이다. “환경 파괴로 인한 이상징후들이 도처에 깔려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자 했다”는 것이 배씨의 설명이다.

박진아씨는 화가로는 처음으로 에르메스 미술상의 후보에 올랐다. 그는 자신의 일상적 풍경들을 사진으로 찍은 뒤 회화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하는 작가다. ‘수평재기’ ‘스크리닝을 기다리며’ ‘수장고’ 등 이번 전시에 출품한 8점의 회화는 모두 전시를 열기 전의 준비 과정을 담고 있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작가, 큐레이터, 갤러리 직원 등이다. 생략과 조합을 통해 캔버스로 옮겨진 일상의 모습은 전시장의 이면을 보는 듯 낯설게 다가온다.

감시와 통제라는 테마를 자주 다뤄온 미디어아트 작가 양아치는 ‘밝은 비둘기 현숙씨’라는 제목으로 영상, 설치, 사진 등의 작업을 선보였다. 비둘기에 ‘빙의’된 현숙씨가 부암동 집에서 도산공원을 오가며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20분 가량의 영상물이 야외 공간에서는 비둘기의 시점으로, 실내 공간에서는 CCTV의 시점으로 각각 상영되고 있다. “감시당하는 사람이 다시 감시하는 사람이 되는, 얽히고 설킨 다시점의 감시드라마를 통해 우리가 사는 풍경을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작업이다.

전시장 곳곳에는 박제된 비둘기들이 놓여있다. 왜 하필 비둘기를 택했냐는 질문에 작가는 “우리 주위에 너무나 많다는 것, 평소에는 신경이 안 쓰이다가도 가까이 다가오면 꺼려진다는 것이 비둘기와 CCTV의 공통점”이라고 답했다. 전시는 9월 19일까지 이어지며, 9월 2일에 수상자가 결정된다. (02)3015-3248

김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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