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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윤증현 장관의 열하일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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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윤증현 장관의 열하일기론

입력
2010.07.2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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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중국을 방문했다. 천안함 사태에 이어 한미 연합훈련을 둘러싸고 한중관계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한국 고위인사의 첫 공식방문이다. 이번 방중은 이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계획된 것으로, 한동안 지연됐다가 올해 초 다시 확정된 것이다.

윤 장관은 이번 방중이 공교롭게도 양국간에 정치ㆍ외교적으로 예민한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 스스로 난감해했다. 그러나 그는“세계 경제의 한 축으로 우뚝 선 중국경제를 생각하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며 한국 경제수장으로서 실용주의를 앞세워 양국관계 복원을 위한 접점 찾기에 주력했다

실용주의 강조하며 협력 촉구

윤 장관은 23일 장핑(張平)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과의 제9차 한중경제장관회의에 앞서 열린 오찬에서 먼저 연암 박지원의 를 소개했다. 그는 “연암은 조선의 사신 중에 가장 지위가 낮았지만, 당시 선진 중국문명을 조선에 소개해 조선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쳤으며, 그 결과 조선은 백성의 일상적 생활을 이롭게 하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정책을 펴게 됐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이런 사상은 프랑스 유학도였던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黑猫白猫 論)에서 다시 등장했고, 이것이 중국식 시장경제를 탄생시켜 오늘의 높은 경제성장을 이끈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이런 실용주의 사상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강조한 사회주의 현대화와 샤오캉(小康ㆍ의식주가 풍부한 상태) 실현을 위한 제반 노력에도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윤 장관은 특히“한국의 이명박 대통령 역시 친서민 중도 실용정책을 목표로 내세우며 이러한 사상의 맥락을 이어가고 있다”며“후 주석과 이 대통령은 실용주의 사상에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양국이 최근 정치ㆍ외교적으로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지만 관계 복원을 위해 경제적으로는 실용주의 노선을 함께 추구해야 한다는 우회적인 외교적 수사라 할 수 있다.

최근 한중관계는 공식 외교 라인이나 상호교류 채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당장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인들은 속이 탄다. 중국이 한국에 대해 정치ㆍ외교적으로 불편한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상황에서 경제적으로나 대외무역에서도 ‘한국 길들이기’에 나서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해 하는 처지이다.

윤 장관이 이 같은 기업인들의 속내를 모를 리 없다. ‘기업이 결국 국가’라는 MB노믹스를 총괄하는 윤 장관으로서는 불편한 속내를 숨기고 우리 기업들의 실리를 챙겨주기 위한‘실용’자세를 유지해야 했다. 윤 장관은 한중 경제장관회의에서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올 들어 8개월간 중국 정부에 목놓아 부르짖어온 LCD 공장설립 허가건과 SK에너지의 우한 에틸렌 공장 프로젝트건 등에 대한 중국정부의 협력을 공식 요청했다.

받는 게 있으면 주는 게 있어야

받는 것이 있으면 주는 것도 있어야 한다. 윤 장관은 새만금과 서해안 신 산업벨트 등 서해권 발전계획에 대한 중국 기업들의 참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나아가 11월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서울정상회담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위한 중국측 협력을 강조했다.

여기엔 중국경제와의 전방위적이고 밀접한 협력ㆍ공생관계가 이뤄지지 않고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의 경제성장을 얘기할 수 없다는 현실인식이 작용했다. 냉엄한 글로벌 경제게임에서 결코 마주할 수 없는 적은 없기 마련이기에.

장학만 베이징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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