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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아 장편 '가미가제 독고다이'/ 친일파 가족의 뒤틀린 욕망으로 그려낸 근대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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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아 장편 '가미가제 독고다이'/ 친일파 가족의 뒤틀린 욕망으로 그려낸 근대의 역사

입력
2010.07.2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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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별아(41)씨가 장편 (해냄 발행)를 펴냈다. 태평양전쟁 말기 구식 전투기를 몰고 미국 전투함을 들이받아 자폭하는 일본군 가미가제 특공대에 차출된 친일파 집안 출신의 ‘모던뽀이’ 하윤식을 주인공으로 한 김씨의 여섯 번째 역사소설이다.

(2005) 이래 줄곧 실존 인물에 관한 역사소설을 써왔던 것과 달리 김씨는 이 소설에서 허구적 인물들을 내세워 고증에 얽매이지 않는 역사적 상상력을 펼친다. 그는 “역사가 아닌 시대를 쓰기 위한 첫 시도”라며 “역사의 중압감에 억눌리지 않고 개인적 캐릭터가 분명한, 그러나 역사와 호응하는 풍부한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씨가 이번 소설에서 때론 상스럽기까지 한 직설적 표현, 경쾌하고 빠른 전개 등 한결 현대물에 가까운 스타일을 구사한 것도 이런 이유라 하겠다. 다만 광기 어린 군국주의의 표상으로 역사에 기록된 가미가제 특공대의 실상만큼은 작가의 꼼꼼한 문헌 고증을 토대로 묘사됐다.

구한말에서 출발하는 이 소설은 백정 집안이던 하윤식의 가족사를 할아버지 대부터 펼친다. 윤식의 할머니는 양반집 자제들에게 윤간을 당한 사실을 숨기려 자신을 짝사랑하던 어리숙한 동네 청년과 혼인한다. 이들 부부의 장남은 스스로를 백정이 아닌 반갓집 후예라 여기며 일본인들에게 빌붙어 출세를 도모한다. 사채업으로 자수성가한 그는 양반 족보를 사들여 하계식으로 개명, 신분을 세탁한다. 그리고 조강지처를 숨겨두고 몰락한 명문가의 허영심 많은 규수와 혼인, 배다른 두 아들 경식 윤식을 둔다.

흠잡을 데 없는 모범생인 형 경식과 달리, 윤식은 학창 시절부터 기생집을 전전하며 방탕하게 산다. 약삭빠른 처세로 재산을 불려가는 데만 골몰하는 아버지 계식과 상류층으로 살려는 욕망 하나로 불행한 결혼 생활을 견디는 어머니 정선까지, 이들 ‘모던 패밀리’의 곪은 속내는 오늘날에도 낯설지가 않다.

일본 유학을 다녀온 경식이 사회주의 운동에 가담, 불령선인(일제가 ‘불온한 조선인’을 일컬었던 말)으로 낙인찍히면서 화려한 시절을 구가하던 이 집안에도 위기가 닥친다. 계식은 경식을 태평양전쟁에 참전시키는 것으로 가문을 보전하려 하고, 윤식은 형을 대신해 학도병을 자원한다. ‘귀찮고 허무하고 재미없는’ 청춘을 기생집에서 소일하던 그의 텅 빈 마음을 채운 것은 사랑, 그것도 형을 짝사랑하는 여자를 향한 기구한 짝사랑이었다. 김씨는 “식민지 조선에 기형적 근대가 이식되면서 노골적으로 발현된 천박한 물질주의적 욕망과 더불어, 예전과는 전혀 다른 욕망을 지닌 ‘근대적 인간’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훈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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