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종료를 알리는 심판의 휘슬이 울리자 파란색 유니폼의 선수들이 서로 얼싸안았다. 감독도 압도적인 점수차(30대 7)로 우승한 아이들을 한 명씩 꼬옥 안아주며 격려했다. 그러나 관중석엔 이들을 응원하고 기쁨을 나눌 부모들은 보이지 않았다.
서울의 보육원 어린이들로 구성된 농구클럽 드림팀은 24일 경북 안동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민생활체육농구연합회 주최 전국유소년농구대회 저학년부(초등1~4학년)시합에서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천수길(50) 드림팀 감독은 “뭐라 말 할 수 없이 기쁘다. 고생해 준 아이들이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드림팀의 우승은 작은 기적이라 불릴만하다. 부모가 없거나 버려진 아이들, 그것도 각자 다른 시설에서 살고 있는 학생들이 뭉쳐 일군 성과이기 때문이다.
드림팀은 4년 전 창단했다. 천 감독과 신선우(서울 SK 감독) 최희암(전 인천 전자랜드 감독) 안준호(서울 삼성 감독) 등 농구 지도자들이 농구를 통해 소외계층에게 희망을 심어주자는 취지로 2005년 설립한 한국농구발전연구소가 주춧돌이었다. 그 이듬해 연구소는 서울 녹번동의 알로이시오초등학교, 삼동소년촌, 은평천사원 등 3개 시설 학생들을 모아 꿈을 펼치겠다는 염원을 담아 팀을 꾸렸다.
매주 월 수 금 세 차례 2시간씩 훈련했지만, 실력은 쉽게 늘지 않았다. 패스조차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고, 마땅히 훈련할 곳이 없어 농구부가 있는 학교를 전전하며 연습게임으로 훈련을 대신했다. 이후 뉴욕생명이 훈련비용을 후원해주고, 인근 연서중학교가 체육관을 제공해줘 형편이 좀 나아졌다.
이번 대회도 힘겹게 풀어가리라 예상됐다. 일가친척까지 동원한 상대 팀의 응원에 주눅들었고, 선수가 부족해 매 경기 풀로 뛰어야 했다. 천 감독은 “총 9명의 선수 중 6명만 대회에 참가했는데, 준결승 때는 반칙 누적 때문에 후보까지 내보내야 했을 정도”라고 했다. “아이들이 고생을 많이 해 속으로 많이 울었을 겁니다.”
그러나 실력만큼은 절대 뒤지지 않았다. 12개 팀이 3개조로 나눠 조별리그를 치렀는데, 드림팀은 3연승으로 예선을 가볍게 통과한 뒤 4강전에서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LG유소년팀마저 꺾었다.
결승전에서 10득점을 올린 정민근 선수는 최우수선수에 선정됐고, 아이들과 5년간 동고동락한 이강초 코치는 지도자상을 받았다. 이 코치는 “신장이나 체격은 또래선수들보다 다소 떨어지지만 한국 농구의 미래를 대표하는 선수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 이 코치의 바람처럼 어린 선수들은 무럭무럭 커가고 있다. 드림팀 출신인 이준희(14) 선수는 연서중 농구부에서 뛰고 있고, 6학년 선수 한 명도 곧 같은 학교에 진학할 예정이란다. 천 감독의 꿈은 좀더 멀리 있다. “주위에서 많은 관심을 보여줘 아이들이 농구로 대학교까지 진학해 자립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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