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초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인 비판 언론인을 지목해 작성한 이른바 적군 리스트(enemies list) 20명의 명단에 포함됐던 언론인 대니얼 쇼어가 23일 노환으로 숨졌다. 향년 93세.
1946년 신문기자로 출발,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 뉴욕타임스 등을 거쳐 CBS로 옮겨 20년간 방송기자로 활동한 쇼어는 우주선 스푸트니크호 발사를 비롯, 굵직굵직한 뉴스를 보도했다. 57년 CBS의 모스크바 지국장으로 재직하면서 전세계 언론사 최초로 니키타 흐루시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을 TV인터뷰했다. 이후 KGB의 검열에 저항하다 소련에서 추방당하기도 했다.
워터게이트 사건 취재팀장을 맡아 당시 미 행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따갑게 비판했다. 쇼어의 보도에 화가 난 닉슨은 연방수사국(FBI)에 뒷조사를 지시했고, 이는 훗날 하원 법사위원회가 닉슨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로 탄핵절차를 진행하는 빌미가 됐다.
75년에는 중앙정보국(CIA)이 쿠바의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와 여타 제3세계 지도자들의 암살을 기도했다는 기사를 특종 보도했다. 에미상 수상경력도 세 차례나 있다. 그는 CBS를 퇴직한 후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서 저널리즘을 강의하다 79년 CNN에 잠시 몸담았고, 최근까지는 공영라디오방송 NPR의 기자와 해설자로 일하며 미국의 대표적인 논객으로 활동했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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