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만에 좀 더 자주 폭풍이 오기를 바라야 할 것 같다. 24일 멕시코만에서 열대 저기압으로 약화한 허리케인 ‘보니(Bonnie)’가 이 지역에서 유출된 원유 중 수백만 갤론을 자연정화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AFP통신이 25일 보도했다.
미 해양대기청(NOAA) 제인 루브첸코 청장은 “보니가 일으킨 높은 파도가 원유의 자연적인 생물분해 과정을 활성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다 표면의 기름을 분산시켜 타르덩어리를 작게 쪼개고 그렇게 되면 생물분해 과정이 빨라진다”고 말했다. 또 “원유의 밀도를 낮춰 미생물이 더 쉽게 원유를 먹어 치우게 한다”고 덧붙였다. 마이애미 대학의 해양대기연구소 소장인 피터 오트너도 “기름이 산소에 노출되는 빈도를 높여 분해를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동의했다. 지난달 말 접근했던 폭풍 ‘알렉스’도 원유 정화에 많은 도움을 줬던 것으로 과학자들은 평가하고 있다.
폭풍의 위력이 약화하면서 방제작업도 재개됐다. 24일 영국 석유회사 BP는 폭풍 때문에 철수했던 인력과 선박들을 사고현장에 다시 배치했고, 유출지역 주변에 감압(減壓) 유정을 굴착하는 시추시설도 다시 복귀시켰다. 진흙 등을 주입해 유정을 완전 밀봉하는 ‘스태틱 킬(static kill)’작업은 3∼5일 후 시작될 예정이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4월 20일 유출사건을 촉발시켰던 해상 시추시설‘디프 워터 호라이즌’의 전기팀장인 마이크 윌리엄스는 최근 미 연방정부의 사고조사위원회에 출두, “근로자들이 심야에 사이렌이나 비상등의 점등으로 잠에서 깨는 것을 막기 위해 안전 경보장치를 꺼놓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 때문에 결국 폭발사고 당시 대피가 늦어 근로자 11명이 사망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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