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울 동부 일부 지역에 대기불안정으로 인한 소나기가 쏟아졌다. 중랑구에서 21.5㎜, 강동구는 19.5㎜, 광진구 8.5㎜, 동대문구 4.5㎜, 도봉구 4.5㎜, 송파구 9.5㎜의 강수량이 기록됐다. 하지만 서울의 나머지 대부분 지역에서는 하늘만 잔뜩 찌푸렸을 뿐 빗방울이 조금도 떨어지지 않았다. 똑같이 비가 내린 지역이라도 중랑구와 중랑천을 사이에 두고 인접한 동대문구의 강우량은 5배나 차이가 났다. 구 단위의 아주 좁은 지역을 정밀 타격하듯이 소나기가 쏟아진 것이다. 9일에도 영등포 양천 동대문 중랑 마포 지역에만 각각 10㎜, 5㎜, 4㎜, 3㎜, 2㎜의 비가 내렸다.
올해 장마에 나타나는 이러한 특이한 강우 현상에 대해 기상청은 '누더기 비'라고 별명을 붙였다. 장마철에 아주 좁은 지역에 1시간 이내의 짧은 시간 동안 쏟아지는 '초국지성 소나기'이다. 누더기 비는 과거에는 거의 볼 수 없었던 현상이라 기상청도 이에 대한 통계를 갖고 있지 않다. 원래 장마철에는 소나기가 내리지 않기 때문에 관심의 대상도 아니었다. 엄원근 기상청 관측기반국장은 "한반도 남부에만 장마가 왔다고 하는데, 서울에서 이 동네 저 동네 게릴라성 소나기가 쏟아지니까 사람들이 장마냐 아니냐, 왜 비가 이렇게 오냐 문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누더기 비의 원인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지만 가장 보편적인 설명은 장마전선을 형성하는 기단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장마전선을 전통적으로 저온다습한 오오츠크해 고기압과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만나 형성된다. 이 장마전선은 동서로 길게 뻗어 영향권에 모두 비를 뿌린다. 하지만 올해에는 지구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오오츠크해 고기압의 세력이 약해지면서 그 자리를 중국 북쪽의 저온건조한 대륙성 고기압이 차지하면서 북태평양 고기압과 만나 장마전선을 형성했다. 이런 장마전선이 남쪽에 머무르는 동안 서울, 경기 등 중부지역에는 건조한 기단과 다습한 기단이 부딪히는 과정에서 대륙성 고기압에서 떨어져 나온 찬 공기 덩어리들이 잘게 떠다니게 되는데, 바로 이 덩어리들이 초국지성 소나기의 재료가 된다는 것이다.
진기범 기상청 예보국장은 "차가운 공기 덩어리들이 서울 상공에 드문드문 떠다니다 낮 기온이 30도 이상 올라갈 때 뜨거워진 하부 공기와 만나 갑자기 수증기를 머금고 대기불안정을 일으켜 좁은 지역에 소나기를 쏟게 된다"고 설명했다.
장마철 초국지성 소나기는 정확히 예보하기 어렵다. 진 국장은 "이런 대기상황을 보통 하루 전에 포착하는데 결과적으로는 '대기불안정으로 서울에 소나기 오는 곳도 있겠다'는 애매한 표현을 쓸 수밖에 없다"며 "초국지성 소나기가 내리기 한 시간쯤 전에 초단기 동네예보를 통해 알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1시간 후 기상상황을 예측하는 초단기 동네예보는 기상청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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