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 북한 외무성 참사가 23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군부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다"고 언급한 것은 한미 합동군사훈련 실시에 대해 북한이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합동군사훈련이 북한과 중국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북한은 한국과 미국에 대해 군사훈련 실시를 중단하고 대화 국면으로 나오라고 촉구하기 위해 군부의 도발 가능성을 시사하는 엄포성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강경한 군부가 더 이상 인내하기 힘든 상황에 도달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이 같이 말한 것으로 풀이된다.
리 참사는 "우리가 평화협정, 천안함, 6자회담 등과 관련 남측과 미측에 대화를 제의했는데 아무런 대답이 없지 않느냐"며 "위협이 없어져야 비핵화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 정부가 천안함 사태를 북한 군부의 소행으로 규정하고 최근 합동군사훈련에 나서자 북한 군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알리고자 한 것이다.
23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북한 대표단의 대변인인 리동일 외무성 군축과장이 "천안함 사태는 진상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우리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우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한 것도 군부의 정서를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외에서 북한 군부에 의한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미국 고위 관리들은 최근 잇따라 추가 도발 가능성을 거론했다.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 지명자와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에 이어 필립 크롤리 국무부 차관보까지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클 래퍼 DNI국장 지명자는 20일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의 직접 공격 시대가 도래했다"고 밝혔고, 게이츠 장관은 21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의에서 "추가 도발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무슨 근거에 의해 추가 도발 가능성을 언급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한미 합동군사훈련과 미국의 대북 제재 등의 요인으로 불안정해진 한반도 정세로 볼 때 도발 가능성은 적지 않다.
이제 관심은 실제 북한의 추가 도발이 일어날지 여부에 모아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천안함 사태와 같은 군사적 도발보다는 미사일 발사나 3차 핵실험 등의 방법을 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에도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코너에 몰릴 경우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등 돌발 행위로 국면을 전환한 적이 있다.
미국 내 대북 소식통인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재단 사무총장도 최근 북한의 추가 도발이 무력 도발보다는 미사일이나 추가 핵실험 등의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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