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성이 여자친구와 결혼을 반대하는 여자친구의 어머니를 상대로 아파트 안에서 8시간 넘게 인질극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어머니는 흉기에 찔려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서울 중랑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5분께 박모(25)씨가 중랑구 중화동 H아파트 15층에 있는 여자친구 김모(26)씨 집에서 난동을 부린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 관계자는 “평소 박씨가 집에 찾아오는 걸 싫어했던 김씨의 어머니 송모(49)씨가 이날도 문 앞을 가로막고 들어가지 못하게 하자 박씨가 흉기로 송씨를 찌른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출동 직후 이미 송씨가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인질극이 벌어지는 동안 박씨와 통화를 했는데 ‘송씨가 사망했다’고 했고, 딸 김씨 역시 ‘미안하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인질협상 전문가인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프로파일러(범죄행동분석요원)와 경찰특공대 등을 현장에 즉각 투입했지만 박씨는 문을 걸어 잠근 채 경찰의 접근을 막았다. 경찰은 “진입을 시도하면 여자친구와 동반자살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어 쉽사리 접근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인질극이 벌어진 김씨의 집은 고층인 데다, 내부의 불이 꺼져있어 경찰은 상황파악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박씨는 경찰에 특별한 요구를 하지는 않았고, 여자친구와 대화를 하고 자살을 할 테니 시간을 달라고만 주장했다. 박씨는 인질극을 벌인 직후부터 김씨와 술을 마셔 취한 상태였다.
김씨와 사귄 지 300일 정도 된 박씨는 김씨 부모의 반대로 둘 사이의 관계가 소원해지자, 김씨의 회사까지 찾아와 괴롭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김씨는 직장을 그만 두고 박씨를 피해 가족과 함께 지방에서 서울로 이사를 온 것으로 알려졌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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