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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미국의 대북 금융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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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미국의 대북 금융공격

입력
2010.07.2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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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태에 대한 미국의 반격이 시작됐다. 군사공격이 아닌 금융공격이다. 북한 지도부에 흘러 들어가는 돈줄을 죄어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막고 정상국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미 국무부는 앞으로 2주 내에 패키지 제재조치를 단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미 북한의 해외 계좌 200여 개를 정밀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북한 지도부의 돈줄 죄기를 대폭 강화해 굴복시키겠다는 의지이다.

북한 숨통 누르는‘돈줄 죄기’

안보리 의장성명 이후 6자 회담 재개를 희망하면서 출구전략을 기대했던 북한은 추가 제재에 대해 “천안함 사태에 대한 안보리 의장성명에 위반된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북한은 금융제재의 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다. 2005년 9∙19 공동성명 채택 직후 미국이 취한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대한 금융제재로 숨통이 막히는 고통을 겪었다. 질식할 위기에 처한 북한은 로켓발사와 핵실험을 통해 충격을 주고 국면을 전환한 전례가 있다.

2007년 2∙13합의를 이끌어냄으로써 금융제재로부터 잠시 숨통을 텄지만 곧이어 정세 악화와 정책 실패로 북한의 경제위기는 심화하고 있다. 북한의 경제난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대북 지원이 3년째 끊긴 데다가 2차 핵실험 이후 대북 제재가 전면화 하고, 150일 전투와 100일 전투, 화폐개혁 등 내부자원 동원방식의 경제재건 전략의 실패로 심각한 수준이다.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시기처럼 아사자가 속출하지 않는 것은 내부 유동성의 증가와 중국의 지원으로 근근이 버텨내고 있기 때문이다.

대북 추가 제재조치가 효과를 거두려면 중국이 제재에 동참해야 한다. BDA에 대한 금융제재가 가능했던 것은 중국의 협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한미동맹 강화와 연합군사훈련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중국이 G2 시대로 불릴 만큼 크게 성장한 국력을 바탕으로 북한 껴안기를 할 경우 대북 제재의 효과는 반감될 것이다.

미국이 6자 회담 재개를 통한 비핵화 대신에 핵개발로 들어가는 자금줄 차단에 주력하는 것은 한국 정부의 입장을 고려한 선택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천안함 사태에 대한 북한의 시인과 사과, 재발 방지 약속 및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한 출구전략을 본격화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미 동맹을 강화하여 중국의 부상에 대비하려는 미국은 한국의 요구를 전폭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대북 제재 강화는 북한 내부자원을 고갈시킬 것이다. 한미 양국이 제재를 본격화하면서‘기다리는 전략’과 ‘전략적 인내’로 일관할 경우 후계구축 과정에 들어선 북한 지도부는 또 다른 무리수로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과 G20 정상회의를 준비하고 있는 한국, 두 나라 모두 한반도 위기가 다시 고조되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대북 금융 제재와 7월 말 한미 연합훈련, 8월 을지연습, 9월 북한의 당 대표자회의 등의 일정을 고려할 때 당분간 정세가 완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이다.

후계 구축에 유리할 수도

북한이 대북 제재에 맞서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 등의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북한은 곧바로 행동에 나서기보다는 말로 하는 위기 조성에 주력하면서 정세를 관망할 가능성이 높다. 후계구축 과정에 들어선 북한 지도부는 한미의 대북 강경정책 등 외부 압력을 내부 통제에 활용하려 할 것이다.

북한이 제시한 ‘2012년 강성대국’목표의 달성이 어려운 가운데, 북한 지도부는 외부 제재와 압박을 핑계로 책임을 면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 대북 제재는 북한 경제를 악화시킬 수 있지만, 북한이 외부 위협을 강조하면서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권력 승계를 공고히 하는 데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ㆍ북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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