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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뇌, 생각의 한계' 안다는 것은 정신적 감각…잘못된 지각의 지배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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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뇌, 생각의 한계' 안다는 것은 정신적 감각…잘못된 지각의 지배 받아

입력
2010.07.23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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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버튼 지음ㆍ김미선 옮김

북스토리 발행ㆍ304쪽ㆍ1만5,800원

학창시절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푸느라 쩔쩔 매다가 어떤 방정식이 갑자기 이해되는 통쾌한 순간을 경험한 적이 누구한테나 있을 것이다. 어떤 질문을 받았을 때 당장 떠오르지는 않지만 해답을 알고 있음을 강하게 느끼는, 즉 해답이 혀끝에서 맴도는 듯한 순간도 있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이렇게 ‘안다’는 느낌에 친숙하지만, 안다는 것이 과연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의 신경과학자 로버트 버튼이 쓴 는 ‘우리가 무엇을 아는지를 어떻게 알까’라는 의문에 대해 현대 신경과학의 연구결과들을 동원해 답을 내놓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무언가를 안다는 느낌, 무언가를 확신하는 것은 하나의 정신적 감각이라고 말한다. 안다는 느낌은 뇌의 원시적인 영역에서 비롯되며 의식적인 활동이나 추론의 결과와는 무관하며, 사랑이나 분노처럼 무의식적인 뇌의 기제들로부터 일어난다고 한다. 안다는 것도 결국에는 감각이기 때문에 다른 감각계에 공통된 일정한 생리학적 원리의 지배를 받는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것의 허상을 설명하기 위해 1986년의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사고와 관련된 연구를 하나의 사례로 제시하고 있다. 사고가 난 지 하루가 지나기 전에 심리학자 울릭 나이서는 106명의 학생들에게 그 폭발이 일어났을 때 자신이 어디에 있었는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어떻게 느꼈는지를 정확하게 적어내라고 했다. 2년 반 뒤 다시 이 학생들에게 물었더니, 25%의 학생들의 설명은 그들이 적었던 것과 깜짝 놀랄 만큼 달랐고, 10% 미만만이 세부사항을 정확히 기억했다. 더욱이 자신이 적은 것과 다르게 대답한 많은 학생들은 자신이 쓴 일지를 눈앞에서 보면서도 지금의 틀린 기억이 맞는 것이라고 자신만만했다. 어떤 학생은 “그건 제 글씨네요. 하지만 전 그걸 쓴 적이 없어요”라고 답하기까지 했다.

사람들이 자신의 사고(思考)를 아는 것은 정신적 감각을 통해서이며, 이 정신적 감각도 다른 감각계처럼 지각적 착각과 잘못된 지각의 지배를 받는다는 저자의 설명이 설득력 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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