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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 세이건 "과학과 종교 공감 나누며 진리에 접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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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 세이건 "과학과 종교 공감 나누며 진리에 접근해야"

입력
2010.07.23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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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세이건 지음ㆍ박중서 옮김

사이언스북스 발행ㆍ368쪽ㆍ2만원

신은 존재할까. 인류에게 이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없다. ‘초월적 경이’에 관한 이 궁극적 주제는 오랜 세월 철학적 논증과 종교적 믿음 사이를 오갔지만, 과학자들도 신이라는 ‘가설’에 대해 나름대로 대답을 해왔다. 그 과정에서 과학과 종교는 자주 충돌하곤 한다. 예컨대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저서 에서 신이 있다는 믿음은 ‘망상’이라고 도발적 주장을 펼침으로써 격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1934~1996)은 도킨스처럼 공격적이지 않다. 에서 그는 좀더 온화하고 겸손하게 말한다. “신이 있다는 증거는 ‘아직까지’ 자연과 우주 속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증거의 부재가 곧 부재의 증거는 아니다”라고. 결론을 열어둔 채 그가 강조하는 것은 과학과 종교의 ‘공감’과 이를 위한 노력이다. 그는 ‘닫힌 마음’이야말로 진리에 이르는 길을 막고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대량 살상 무기’라고 비판하면서, 오직 진리를 향해 열린 마음으로 탐구를 계속하자고 말한다.

이 책은 세이건이 1985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대학에서 했던 ‘자연신학에 관한 기퍼드 강연’을 정리한 것이다. 세이건 사후 10년 만인 2006년 부인이자 동료인 앤 드루얀이 원고를 발견해 출간했다. 기퍼드 강연은 당대 최고의 지식인 가운데 무신론자와 유신론자, 종교인과 과학자를 초청해 신학의 과학적 근거를 검토하는 자리로 유명하다.

세이건의 기퍼드 강연은 제 1강 ‘자연과 경이’로 시작해 제 9강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한 탐색’으로 끝난다. 그에게 과학은 일종의 ‘지적 예배’였고, 진리 탐구야말로 성스러운 ‘영적 수련’이었다. “종교적 감성, 즉 경외의 감정을 직접 경험해보는 최상의 방법은 맑은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이라는 그의 말은 우주를 경외하는 과학자의 신앙 고백처럼 들린다.

신의 존재를 탐구하는 진지한 여정을 그는 ‘우리는 누구이고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현대 천문학이 알아낸 우주 속 인류의 위치, 다시 말해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며, 광대무변한 우주에서 인간은 얼마나 작은 점인지 설명하는 과정에서 그는 지구 중심적 신학을 비판한다. 기존 종교, 특히 서구를 지배해온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인격신적 유일신 담론은 지구라는 극히 좁은 공간과 인간이라는 극히 작은 존재에 신을 묶어두고 있다는 것이다.

신의 존재에 관한 본격적 논의는 제 6강 ‘하느님에 대한 가설들’에 나온다. 고대 힌두교 철학부터 중세 기독교 신학, 칸트의 근대 도덕철학, 현대 물리학까지 과학과 철학, 종교가 내놓은 신에 대한 온갖 가설과 논증을 검토한 끝에 그는 이렇게 말한다. “왜 하느님은 성서에서는 그렇게 뚜렷하면서도, 이 세계에서는 그처럼 모호한 것일까요.”

신이 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해서 신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그의 결론은, 과학과 종교가 하나의 지점으로 수렴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그는 거기에 이르려면 ‘우주를 있는 그대로 맞아들이려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런 정직함과 겸손이야말로 진리를 향한 탐구의 열정과 우주에 대한 경외로 가득 찬 이 강연에서 그가 말하려는 핵심 메시지일 것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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