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천안 시내는 찌는 듯한 무더위 탓인지 좀처럼 선거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다. 직산읍 서북구청 주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42)씨는 “지방선거 때와는 달리 손님들이 정치 이야기를 거의 꺼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쌍용동 주민 강모(41ㆍ약사)씨도 “휴가철이라 투표율도 저조할 것”이라며 “원래 재보선은 당원 중심의 조직 선거로 치러지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지방선거 때 충청도에 휘몰아친 세종시 바람은 세종시 수정안 부결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처럼 보였다. 대신 한나라당 김호연 후보가 내세운 3조5,000억원 규모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천안 유치가 재보선의 주요 이슈로 부각된 듯 보였다. 서북구 직산읍에서 안경점을 운영하는 한모(48)씨는 “살림살이도 어려운데 지역에 하나라도 더 가져다 주겠다는 후보를 찍으려고 하지 않겠어요?”라고 말했다. 쌍용동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김모(50)씨는 “대기업 회장까지 지냈으니 검증된 인물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두정역에서 만난 김모(22ㆍ대학생)씨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실현 가능성이 높은지 의심스럽다”며 “세종시 문제로 시끄러울 때 삭발까지 하면서 원안을 지켜낸 민주당 박완주 후보를 밀어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부성동 우리마트 사거리에서 만난 황모(40ㆍ자영업)씨는 “4대강 사업에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간다는데 결국 우리가 내는 세금이 아니냐”며 “지방선거 이후에도 정부가 아직 국민 무서운 줄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쌍용동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정모(50)씨는 “자유선진당에 대한 의리를 저버릴 수 없다”며 “시의원 출신인 자유선진당 박충현 후보가 상대적으로 참신한 후보라고 생각해 표를 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각 후보 측은 다소 시들해진 선거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중앙당에 지원 유세를 요청하고 있다. 천안을은 세종시 수정안 부결 이후 충청 민심의 향배를 읽을 수 있는 지역이란 점에서 시선을 모으고 있다.
쌍용동 롯데마트 앞에서 만난 주부 김모(43)씨는 “지난 주말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 등이 지원 유세하러 왔는데 나 의원을 알아본 시민들이 많이 모여 모처럼 선거 분위기가 느껴졌다”며 “민주당에선 정세균 대표와 정동영 의원이, 선진당에선 이회창 대표가 다녀갔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재 판세는 ‘2강 1중’ 구도로, 한나라당 김 후보와 민주당 박 후보가 경합하는 가운데 선진당 박 후보가 바짝 뒤쫓는 양상이다.
한나라당 김 후보 측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 이슈가 이미 세종시와 4대강 이슈를 잠식했다”며 “20, 30대 젊은 유권자들의 반응도 호의적”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박 후보 측은 “세종시와 4대강 추진에 대한 반감이 여전한 만큼 지방선거 때처럼 정권심판론 바람이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진당 박 후보 측도 “충남이 선진당의 텃밭인 만큼 반드시 박상돈 전 의원의 지역구인 천안을을 지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천안=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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