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어린이들의 기네스북 세계기록 도전 행진이 힘차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 해 연 3,000 개 동시에 날리기로 첫 세계 기록을 세운 데 이어 지난 22일(현지 시간)에는 어린이 7,203명이 5분간 동시 농구공 튀기기에 나선 것이다.
유엔의 가자지구 어린이 여름캠프 활동의 하나로 기획된 이 행사는 가자 남부지역 라파 인근의 파괴된 가자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진행됐다. 현재 가자지구에는 150만 명 정도가 거주하는데 이 중 거의 절반이 15세 미만의 어린이들. 이들 어린이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유엔과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 측은 신경전을 벌여왔다. 어린이 캠프도, 이 날 행사도 그 일환이었다.
유엔 여름캠프는 재미있는 게임 등을 통해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불어넣어 주자는 데 초점이 맞춰진 반면 하마스의 여름캠프는 반(反)이스라엘주의 이념교육 및 군인처럼 행진하기 승마 수영 이슬람 교리학습 등으로 꾸려지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어린이들은 이 날 유엔 캠프 운영진이 마련한 버스편으로 공항에 집결했다. 활주로는 참가 어린이들과 200여 명의 행사 진행자들로 금세 발 디딜 틈조차 없이 가득 찼다. 확성기를 통해 음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운집한 어린이들은 시작 신호를 기다렸고, 신호가 울리자 음악 소리는 멎고 공 튀기는 소리만 활주로를 울렸다. 드디어 5분. 어린이들은 목표를 성공적으로 이룬 뒤 튀기던 볼을 공중으로 던지며 기쁨을 만끽했다. 행사 관계자는 “2007년 미국 인디애나에서 세운 기존 기록을 우리가 깼는지 여부는 며칠 뒤에 알 수 있다”며 “다음 주에는 지난 해에 이어 연 날리기 기록 경신에 또 도전할 것”이라며 신기록 도전에 계속 나설 뜻을 밝혔다.
이 공항은 2000년 팔레스타인 봉기 이후 이스라엘이 폐쇄했으나 2005년 가자지구에서 철수한 뒤에도 군사훈련기지로 쓰이고 있다며 여러 차례 공습한 바 있다. 행사에 참가한 살마 하산(11)은 “내가 팔레스타인 농구 국가대표팀으로 이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세계로 날아가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한편 핀란드의 한 업체는 이 행사 주최측에 농구공 7,000개를 시판가의 약 25%인 개당 10유로(약 1만5,400원)에 팔았고, 60개는 기증했다.
사진 가자지구= 로이터 연합뉴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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