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J 크라우프웰 등 지음ㆍ채은진 옮김
말글빛냄 발행ㆍ434쪽ㆍ2만9,000원
1971년 중국 외교부장이었던 저우언라이(周恩來)는 프랑스혁명(1789년)의 영향을 묻는 미국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에게 “판단하기에 너무 이르다”고 답했다. 역사를 말하기엔 두 세기에 걸친 비판과 성찰도 충분치 않다는 뜻. 역사 속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평가는 시대에 따라 크게 출렁이기 마련이고, 평가 대상과의 시간적 거리가 멀어질수록 객관성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칼럼니스트와 역사학자가 함께 쓴 은 미국 역대 대통령의 실패를 되짚는 책이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부터 최근의 조지 W 부시까지, 18명의 대통령의 실패한 결정 20가지를 소개한다. 초점은 그것에 대한 당대의 평가가 아니라 미국의 역사에 그것이 끼친 영향에 맞춰졌다. 새삼스러운 것은 실패의 내용보다 그것을 대하는 세상의 시선이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폭이다.
예컨대 지미 카터는 에너지 절약 정책의 하나로 석유에 원천세금을 부과했고, 그것이 국민의 지지를 끌어내지 못해 재선에 실패했다. 그러나 지금 그의 결정은 정치적 장래를 희생한 결단으로 받아들여진다. 워터게이트 사건의 오명에 가려져 있는 리처드 닉슨도 환경보호 정책과 건강보험제도를 선구적으로 추진한 인물로 재조명되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이 처한 환경과 그들이 가졌던 선택권, 결정의 동기를 놓고 그들의 실패를 재평가한 책이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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