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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독서 중] 춤 평론가 진옥섭 '흘러간 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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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독서 중] 춤 평론가 진옥섭 '흘러간 무림'

입력
2010.07.2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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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요즘 읽는 책은?

"근대 중국 무림의 고수, 이중헌(1915~2004)이 구술하고 서호봉이 정리한 <흘러간 무림> ."

_ 왜 이 책을?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내가 애초에 무술영화에 심취했다가 무용에 빠져든 사람이다보니 얼씨구나 하고 뽑아들었다. 춤과 무술은 닮아 있다고 생각하는데, 들추는 순간부터 무예 이야기가 아니라 춤 이야기다. 무림을 체험한 마지막 노 명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급소에 박힌다. 예컨대 한꺼번에 많은 사람을 가르치는 것이 단기간에 군대를 양성하는 데는 쓸모가 있지만, 무예의 궁극을 터득하는 데는 미칠 수 없다는 말이 그러하다. 틀에 박힌 춤을 찍어내는 무용계의 오늘을 반성하게 한다."

_ 이 책의 좋은 점은?

"'미추(꼬리뼈)가 놀라 각성하면 저절로 동작이 생겨난다'는 말처럼 고수만의 비기를 서술했는데, 문장이 놀랍다. 사마천의 '사기열전'처럼 장대하고, 영화처럼 드라마틱하다. 34세에 무림에서 은퇴하고 스승과의 약속을 지켜 제자를 가르치지 않은 그가 85세에 입을 연 것이니, 아마도 오래 입 속에서 구르고 구르다 시가 된 모양이다."

_ 인상적인 대목은?

"한 수 배우겠다고 찾아온 사람이 제 실력을 보였더니 고수가 말하길 '네가 수련한 것은 두들겨 맞는 권술'이라고 일축한다. 단박에 무너진 하수가 엎드려 배움을 간청하니 고수 왈 '배우는 것은 아주 쉬워서 잠깐이면 배워 알 수 있으나, 꾸준히 수련하는 것은 오로지 어려울 뿐이니, 너는 그리할 수 있느냐'고 한다. 고수는 말 자체부터 고수인 것이다. 책은 이런 고수의 세계로 가득하다."

_ 추천한다면?

"우선 문장을 꿈꾸는 이에게 권하고 싶다. 문인들이 보면 자신의 뼈가 부러지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내 문장은 잡뼈밖에 안 된다는 자각과 함께. 글이 얼마나 맑은지 읽는 내가 탁하다는 생각에 샤워를 한 후 다시 읽었다. 단 몇 마디에 '홀연히 깨달아 상쾌함을 느끼게 하는' 글이 있다는 게 충격이다. 그리고 춤꾼이나 공연예술가들에 권하고 싶다. 배운다는 것, 가르친다는 것이 얼마나 필요하고 또 얼마나 무의미한지 알려준다."

<흘러간 무림> 은 중국 무예의 대가 이중헌이 구술한 자서전이다. 서호봉이 정리하여 '무혼(武魂)'이란 잡지에 연재한 것을 책으로 묶었는데 국내 무예연구가 김태덕이 번역했다. 두무곡(2007)ㆍ463쪽ㆍ1만6,000원.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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