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의 ‘한명숙 전 총리 불구속 기소 노력’ 발언을 계기로 여야 정치권의 ‘담합’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여야가 정치싸움을 하면서도 물밑으로는 서로의 편의를 봐주는 일종의 담합을 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여야간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복원시키는 과정에서 일정 부분은 있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법과 상식을 뛰어넘는 담합은 잘못된 일이라는 지적이 많다.
사실 한나라당 김 원내대표와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 체제가 출범했을 당시 여야간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복원될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실제 두 사람의 첫 시험대였던 6월 임시국회에서 이런 기대는 실현됐다. 6월 국회는 세종시 문제 등으로 파국이 예상됐지만 여야는 협상을 통해 세종시 수정안 본회의 표결 처리와 집시법 개정안 강행 처리 철회를 주고 받으며 극적으로 타협점을 찾았다. 당시 ‘상생의 정치가 복원됐다’ ‘환상의 짝꿍’이라는 등의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그러다 7월 정국을 거치며 여야간 공방의 수위가 거칠어지자 이런 상황은 바뀌었다. 급기야 김 원내대표는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을 작심한 듯 공격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정치를 복원시켜보고자 정치파트너인 민주당의 아픈 곳을 가능하면 건드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그동안 지켜왔다”며 “한명숙씨의 경우 민주당 측의 요구를 받고 (검찰과) 교섭해서 불구속 기소를 하게 하는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강성종 의원의 경우에 (검찰이) 체포동의안을 내겠다는 것을 현재 말리고 있는 중”이라며 “그런데 민주당 측이 너무 과도한 표현을 써가면서 우리 당을 공격하는데 대해 다소 비애를 느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발언이 나오자 문제 제기가 터져 나왔다. 특히 민주당의 요청을 받고 검찰에 의견을 제시해 야당 정치인의 편의를 봐줬다는 취지의 언급에 대해선 “여야가 물밑 거래를 했다는 것이냐” “검찰에 그런 의견을 내도 되느냐” 등의 비판론이 제기됐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23일 “한나라당은 ‘검찰 브로커’, 민주당은 ‘뒷구멍 거래당’인가”라고 맹비난했다.
한나라당 원희룡 사무총장도 이날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아프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비판 받을 만하다”고 인정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구체적으로 누가 요청했는지 등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않겠다”며 “정치 복원을 위해 많이 노력했는데 민주당이 우리당을 향해 ‘성희롱당’이니 뭐니, 해도 너무해서 한마디 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김 원내대표의 전날 발언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이날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회의에서 “사건 처리는 (검찰이) 독자적으로 결정한다. 더 이상 검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서울중앙지검 김주현 3차장은 “(김 원내대표의 발언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여야를 불문하고 검찰이 정치권과 사건 처리 방향을 협의하거나 권유 받아 처리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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