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폭염과 열대야에 시달리고 있다. 23일 영덕 대구 의성 등 내륙의 최고기온이 35도를 넘고 습도도 높아 특히 노약자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22일 밤에는 전국 87개 기상관측 지점 중 36곳에서 열대야가 발생하였다.
우리나라는 장마가 끝나는 7월 하순에서 8월 초순이 가장 온도가 높다. 절기상
입추를 전후한 중복과 말복에 해당한다. 기상청은 최고기온 33도 이상, 열지수가 32도 이상의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 폭염주의보, 최고기온 35도 이상에 열지수 41도 이상의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 폭염경보를 발령한다. 열지수는 신체가 느끼는 온도로 기온과 상대습도로 계산한다. 습도가 높으면 땀이 증발하는 속도가 느려 더위를 더욱 심하게 느낀다. 기온이 33도에 습도가 30% 이상이면 폭염주의보, 65% 이상이면 폭염경보 기준이 된다.
폭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지역별 기후특성과 주민의 적응도에 따라 다르다. 고위도에 사는 사람은 열대지방 주민보다 적응도가 낮다. 폭염에 견디는 임계값이 스페인은 41도, 벨기에는 28도로 차이가 크다. 인체가 더위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순환기와 호흡기 질환의 악화, 탈진이나 실신과 같은 병증이 나타나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열대야로 잠을 자지 못하여 피로감이 누적되면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 폭염이 발생하면 닭이 폐사하는 등 가축과 농작물, 양식장에도 피해가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94년 7월과 8월에 폭염과 열대야가 장기간 지속하여 특히 노년층에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그 해 7월 24일 서울의 최고기온 38.4도, 열대야 34일 발생이 지금까지 최고기록이다. 7월 말에는 에어컨이 동이 났고, 과부하로 인한 정전사태로 고생한 경험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1995년 미국 시카고에서는 7월 12~16일에 최고기온 43도에 60~80%의 매우 높은 습도로 인한 폭염으로 700여명이 사망했다. 특히 바람이 잦아들면서 기온 역전층이 형성되어 도심지역의 혼자 사는 노년층의 피해가 컸다. 또 2003년 7월과 8월 프랑스를 비롯한 서유럽에서 최고기온 40도가 넘는 폭염이 발생하여 3만 5,000 명 이상이 사망했다. 파리의 7월 최고기온 평균은 약 25도로 주민들의 더위 적응도가 낮고, 대부분 건물에는 에어컨이 없다. 예측하지 못한 장기간의 폭염으로 선풍기와 에어컨을 미처 장만하지 못한 노약자 층의 피해가 컸다. 이러한 사례들은 선진국도 대비가 없으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올해 1월에는 호주에서 폭염이 발생하였고, 7월에는 북반구 곳곳에서 폭염이 보고되고 있다.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간 지구 평균기온은 최고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미래에는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온난화로 전 세계에서 폭염의 발생빈도, 세기, 지속시간이 증가하여 이에 따른 피해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최저기온 상승이 뚜렷하여 열대야 발생빈도가 증가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폭염에 의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폭염주의보 등 기상정보에 주의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취약계층을 위하여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하는 복지정책 등을 더욱 적극적으로 펴야 할 것이다. 최근 기상청이 여름철 건강관리와 여가활동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는 도시 고온건강지수도 잘 활용해 더위를 이기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권원태 국립기상연구소장(직무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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