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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대한민국이 갈라진다] 3부 <5·끝> '착한부자'가 양극화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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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대한민국이 갈라진다] 3부 <5·끝> '착한부자'가 양극화 줄인다

입력
2010.07.23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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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눔 실천이 나의 행복" 기부와 봉사가 '더불어 사회' 자양분

개인간의 상생을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기부와 봉사다. 재산를 많이 가진 사람이, 재능 많은 사람이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 베푸는 일. 바로 사랑이고 상생이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동반자로 인식하고 협력을 통해 건전한 산업 생태계를 가꾸듯, 부자들의 기부와 봉사는 건강한 사회의 원동력이 된다. ‘양극화 해소’라는 거창한 말보다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나눈다’는 이기적이고도 이타적인 부자들의 증언들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로 평가된다.

오청(44) 쿠드 신선설농탕 대표는 올 초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원을 기탁하면서 부의 사회 환원 활동에 본격 합류했다. 대학을 마친 뒤 서울 잠원동에서 아버지가 하던 기사식당을 물려 받아 현재 직영점만 32개인 식품기업으로 키운 그는 “나를 버렸더니 내가 성장했고 나를 비웠더니 주머니가 차더라”며 “그걸 다시 나누는 기쁨은 내가 살아가는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번듯한 대학까지 나온 놈이 주방에 들어오느냐’는 수군대는 소리를 들어가면서도 열심히 했더니 ‘구멍가게’가 이젠 기업이 됐고, 거기서 생기는 이익금으로 다양한 나눔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그의 나눔 활동은 활발하다. ‘사랑의 밥차’가 대표적이다. 그는 “설렁탕이 원래 임금이 하늘에 제를 올리고 남은 음식으로 백성들과 해먹던 음식”이라며 “여기에 착안해 매주 3~5회씩 고객들의 추천을 받아 복지관 등 어려운 이웃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이 밖에도 커피자판기 판매금, 포장백 회수금을 모아 난치병으로 고통 받는 어려운 이웃을 돕는 ‘사랑의 모금함’사업 등 모두 8가지의 사회 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이 일은 중독성이 있다”며 “연내 10가지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흥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모금사업본부장은 “한국의 나눔활동은 질적 양적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오 대표처럼 재물을 직접 나누는 나눔 활동이 절대적 다수를 차지한다”면서 “하지만 최근엔 교육 등을 통한 간접 지원 방식의 나눔 활동이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찬승(61)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대표는 후자의 예에 해당한다. 그도 오 대표와 함께 올 초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원을 기부하고 고액기부자 대열에 합류했지만, 이에 앞서 영어교재 사업을 접고 작년 9월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이라는 민간단체를 설립했다. 가난, 파괴, 해체된 가정의 자녀교육 문제가 사회의 양극화라는 더 큰 문제를 일으키는 현실을 목격하고 오래 전부터 준비했던 일이다.

이 대표는 “양극화 해소 차원에서 보면 목 마른 자에게 물은 나눠 주는 것은 시급하고도 중요한 일”이라면서 “궁극적으로는 그들이 스스로 우물을 파서 자력으로 생존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세상으로부터 받은 것만큼은 다시 세상을 위해 내 놓는 게 인간의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교육사업에 전 재산을 쏟아 부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개인들의 기부는 뿌듯함이나 아름다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정부차원의 복지정책은 재정적 한계와 행정 특유의 획일성으로 인해 반드시 사각지대가 생기기 마련. 기부와 봉사는 그런 틈새를 메워준다는 점에서, 정부를 보조하고 정책을 대체해주는 성격을 지닌다.

때문에 기부와 봉사도 그냥 개인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보다 많은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찬승 대표는 “기부자들이 원하는 대로 돈을 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마련돼야 한다”며 “기부를 통한 사회교육 시스템구축도 우리 모임의 관심 영역”이라고 말했다. 그는 곧 이 같은 교육사회복지사업 아이디어 공모에 나설 계획이다.

한동철 부자학연구학회장은 “기부의 기본 원칙은 자발성이지만 시민들의 자발성을 배양하기 위한 훈련이나 교육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라며 “보다 많은 부자들의 나눔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학교 현장과 사회인을 위한 나눔 교육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 소액으로 십시일반 '시티즌 오블리제' 큰 힘

윤남구(37)씨는 1.8kg 미숙아로 태어나 선천성 뇌수종(뇌에 물이 차는 병)을 앓고 있는 아들 태경(6)이의 치료에 전 재산을 다 썼다. 설상가상으로 지친 아내는 작년 집을 나갔고, 혼자 아이를 돌보느라 일을 못한 윤씨는 카드 빚만 3,000만원 쌓였다.

그래도 윤씨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지난 1월 아름다운재단 미숙아 지원사업에서 받은 200만원으로 태경이를 6개월간 집중 재활치료할 수 있었고, 두 걸음만 가면 넘어지던 태경이는 이제 혼자 힘으로 걸을 수 있게 됐다.

태경이를 걷게 한 200만원은 개인 기부자들이 1만~2만원씩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 윤씨는 새벽에 지하철에서 방수작업을 해서 버는 월급 70만원 가운데 1만원을 이달부터 다른 미숙아를 위해 기부하기 시작했다. 윤씨는“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우리 부자가 다시 섰듯 우리보다 더 어려운 사람에게 작으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온정이 온정을 낳고, 결국 사회가 따뜻해지는 장면이었다.

벼랑 끝에 내몰린 사람들을 구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일반인들의 나눔, 이른바 ‘시티즌 오블리제(Citizen Oblige)’다. 부유한 사람(노블레스)만이 아니라 일반인도 기부 등을 통해 다른 사회 구성원들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일종의 사회적 연대 개념. 기부가 부자들만의 선행은 아니라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나눔에 동참하는 사람들은 점점 늘고 있다. 법정 모금기관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모금회)에 개인이 기부한 돈은 1999년에 162억원이었지만 작년엔 1,345억원에 달했다.

이들이 기부를 하는 이유는 뭘까.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어서(49.5%)’라거나‘더불어 사는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32.9%)’때문이라는 답변이었다. ‘경제적 여유가 있어서’(1.5%) 기부를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모금회 김효진 홍보실장은 “이제는 경제력과 관계없이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눈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국민 10명 중 8명이 정기적으로 기부를 할 정도로 기부가 일상 생활 문화로 자리 잡았지만, 우리나라는 자연재해나 극빈층에 대한 동정적 일회성 기부가 아직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기부에 대한 사회적인 여건 성숙도 절실하다. 아름다운재단 박원순 상임이사는 “기부자에 대한 세금 감면 등 제도적 지원과 함께 모금기관의 투명성 제고가 이뤄져야 기부가 더욱 보편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이사는 또 “수혜자에게는 사회에 대한 소속감, 기부자에게는 보람을 느끼게 하는 기부는 사회 통합을 이끌어 내는 강력한 촉매제”라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 해외에선 '슈퍼 리치'가 앞장선다

워럿 버핏 버크셔헤서웨이 회장,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 고든 무어 인텔 창업자, 그리고 헤지펀드의 제왕인 소지 소로스.

언제나 세계 갑부랭킹에서 맨 앞자리를 다투는 ‘슈퍼 리치(super rich)’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그냥 돈만 많은 부자가 아니라, 천문학적 기부를 통해 사회적 존경까지 한 몸에 받는다는 또 하나의 공통점을 갖고 있다.

빌 게이츠는 지난 2006년 580억달러에 이르는 전 재산을 자신과 부인이 설립한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기부키로 했다. 이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전 세계에서 빈곤과 질병퇴치를 위한 자선사업에 몰두하고 있다. 워렌 버핏도 주식 투자 등으로 벌어들인 돈의 대부분을 ‘빌 앤드 멜린다 재단’에 기부키로 약속했다.

이들은 특히 지난 6월 역사상 전례가 없었던 ‘기부선언(giving pledge) 운동’을 주도해 또 한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기부 선언은 버핏과 게이츠 부부가 미국내 400대 부자들을 대상으로 전 재산의 50%를 사회에 기부할 것을 설득하고, 이들로부터 약속을 받아내겠다는 것. 만약 이 운동이 결실을 보게 되면 약 6,000억달러의 기부금이 조성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미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쏟아 부었던 자금(7,870억 달러)에 육박하는 돈이다.

미국에선 20세기초 존 록펠러와 앤드류 카네기, 헨리 포드로 시작돼 지금의 워런 버핏과 게이츠에 이르기까지 부자들의 기부 문화가 하나의 전통으로 정착됐다. 하지만 이젠 아시아 등 신흥국에서도 ‘착한 부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홍콩 부동산 재벌인 위팡린 팡린실업 회장은 올해까지 지난 5년간 62억위안(1조원)을 기부해 중화권의 부자들의 기부문화를 이끌고 있다. 중국 재계 조사기관인 후룬 재단에 따르면 중국과 홍콩의 상위 자선가 100명의 최근 5년간 평균 기부금은 재산 총액의 6%에 이를 만큼 기부에 적극적이었다. 또 멕시코 통신재벌로 세계 1위 부호에 오른 카를로스 슬림 회장도 중남미 지역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2015 중앙아메리카 건강 기금’에 5,000만달러를 내놓으며 “앞으로 빌 게이츠처럼 기부를 늘려가겠다”고 선언했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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