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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독서교육 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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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독서교육 하지 맙시다!

입력
2010.07.23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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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주제로 한 소설을 쓴 덕분에 도서관 등에서 독자들을 만날 기회가 종종 있다. 명색은 ‘작가와의 만남’이지만 나 역시 한 사람의 독자인지라 책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자리는 늘 설레고 즐겁다. 대여섯 명이 둘러앉아 격의 없는 수다를 떨기도 하고 때론 수십 명을 상대로 강연을 하기도 하는데, 형식과 분위기는 다르지만 언제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질문이 있다. ‘아이들 독서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까?’가 그것이다. 아마도 독서의 부정적 측면을 강조한 소설 내용 때문에 더 그런 듯하다.

솔직히 아이들에게 무슨 책을 어떻게 읽혀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난감하다. 어린 시절 독서교육을 받아본 적도 없고, 독서는 놀이일 뿐 공부로 생각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책 읽기가 하나의 학과목처럼 ‘교육’되는 현실이 낯설기만 하다. 낯설 뿐 아니라 걱정스럽다. 교과서가 싫은 것은 딱딱한 내용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일 텐데, 동화책에 그림책까지 필독서가 되어버리면 아이들이 책을 좋아할까 싶다. 결국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과격해진다. 독서교육 하지 맙시다!

늘 책을 곁에 두었던 옛 성현들의 고사를 인용하며 어릴 적부터 책 읽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옛 성현들은 교과서 따로 권장도서 따로인 세상에 살지 않았다. 학교와 학원에서 종일 각종 교재를 읽고 집에 와선 또 단계별로 정해진 권장도서를 읽어야 했다면, ‘책 읽는 바보(看書痴)’를 자처했던 조선의 유명한 독서가 이덕무도 책에 대해 신물을 내지 않았을까?

물론 책을 읽는 것이 TV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것보다는 낫다. 시각의 포로가 되는 TV나 게임에 비해 독서는 스스로 생각하고 상상하는 힘을 기르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어른이 정해준 책을 정해진 방식대로 읽는 독서가 과연 사고력과 상상력을 키우는 데 보탬이 될지는 의심스럽다. 더구나 대학 입시의 방편으로 하는 독서에서 무슨 신명을 느낄 것이며 창의력이 자랄 것인가

책을 읽는 것은 내가 모르는 세계를 만나는 것이며, 내가 알던 세상, 내게 익숙한 앎을 돌아보기 위함이다. 그러므로 독서가란 의심하는 사람이며, 길을 찾는 사람이며, 책에서 얻은 배움을 몸으로 실천하여 스스로 깨닫는 사람이다. 단지 내용을 알고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문제라면 공자가 왜 가죽끈이 세 번 끊어질 만큼 을 읽었으랴. 책을 통해 스스로 묻고 궁리하며 삶에 어찌 적용할지 고민했기에 위편삼절(韋編三絶)의 독서를 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독서를 했기에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책이 읽히는 것이다.

며칠 전 찻집에서 한 무리의 어머니들이 아이들 독서교육을 놓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았다. 책을 읽으면 제대로 읽었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 시험에는 00출판사 책이 나오니 반드시 그걸 읽혀야 한다…. 떠들썩한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내 독서에 무심했던 부모님을 떠올렸다. 돈도 학벌도 없었던 부모님은 책을 사주며 읽으라 하는 대신 밥상에서 시사를 논하고 토론을 즐겼다. 내 독서는 바로 그 밥상머리에서 시작되었다.

아이의 인생이 대학입학과 함께 끝난다고 생각한다면 필독서를 읽히고 독서이력을 관리해야겠지만, 이후의 인생을 고민한다면 읽고 싶은 책을 맘대로 선택하도록 맡겨두는 게 낫다. 아이들에겐 스스로 책을 읽을 자유가 있으니, 그것은 자신의 삶에 대한 권리이기도 하다.

김이경 소설가·독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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