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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를 염원하는 미얀마의 세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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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를 염원하는 미얀마의 세 공주

입력
2010.07.23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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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세가 안된 국민은 투표할 수 없고, 민주화 운동 등으로 수감됐거나 가택연금을 당한 사람은 출마를 할 수 없는 국가. 48년간 군부 독재가 진행 중인 미얀마의 현실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2일 올해 말에 예정된 미얀마의 총선을 앞두고 여성 민주화 운동가 3명에 대한 인터뷰 기사를 통해 미얀마의 민주화 염원을 조명했다.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 선거 전쟁을 준비하는 미얀마의 세 공주’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가디언은 당국의 감시를 받는 이들이 처음으로 위험을 무릎 쓰고 한자리에 모였다고 전했다.

약 반세기 전 민주정부 시절, 미얀마의 총리를 역임했던 3명의 정치인을 각각 아버지로 둔 조조 카우 네인, 나이에 바스위, 미아 탄탄누 등이 그 주인공. 총리의 딸들이라는 이유로 ‘세 공주’로 불린다. 네인은 “버마 정부에는 ‘세 명의 마녀들’일 것”이라고 웃었다.

이들의 아버지는 영국과 싸워 1948년 미얀마의 독립을 쟁취한 세대이고, 1962년 군사 쿠데타가 발생하기 전까지 14년의 짧은 민주화 시기에 각각 총리로써 미얀마를 통치했었다. 딸들도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부터 자매처럼 지냈고, 가업(家業)인 민주화 운동을 이어왔다. 네인은 1990년부터 7년을 악명높은 랑군 교도소에 수감됐었고, 탄탄누는 아버지와 함께 외국으로 망명했다가 1995년 사망한 아버지의 유언을 받들기 위해 귀국했다. “돌아가서 너의 국민들을 위해 일해라, 미얀마 사람들이 너를 필요로 한다”는 유언이었다고 한다.

엄밀히 말하면 이들은 원래 ‘네 공주’였다. 14년동안 가택연금 상태에 있는 미얀마의 민주화 영웅 아웅산 수치 여사를 포함하면 그렇다. 네인은 “수치는 우리에게 자매와 같다”며 “우리의 아버지들은 수치 아버지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재 각 가정의 문을 두드리며 정권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꼭 투표를 하도록 설득하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아직 선거날짜를 확정하지 않았는데, 군부 점술가가 길일로 선택한 10월 10일이 유력하다. 출마를 허가 받은 39개 정당 중에 야당으로 분류되는 곳은 5개당 뿐이다.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은 출마를 금지 당하자, 선거 보이콧을 천명했다.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은 선거지만 이들 3명은 투표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그나마 버마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네인은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은 이길 수 없고, 언제 이길지 예측하기도 어려운 현실이 이들을 짓누른다. 바스위는 “민주시스템을 확립하려면 앞으로 수십년이 걸릴지 모른다”며 “천천히 한걸음씩 나아가야 하며 희생도 뒤따를 것이다”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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