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초급성 면역거부반응 제어 미니복제돼지 ‘XENO(지노)’가 생산되어 이종장기 이식이라는 분야 발전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었다. 동종이식을 위한 기증 장기가 매우 부족한 만큼 장기밀매와 관련한 심각한 사회문제가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첨단생명공학을 접목하여 이종이식이 가능한 장기를 생산할 수 있는 바이오 장기연구가 추진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 각 부처는 역할 분담을 통해 최종목표인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형질전환 또는 복제동물 생산 수준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속도로 연구가 진행된다면 머지않아 바이오장기용 형질전환 복제동물 생산 분야에서 최고 수준으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함께 수반되어야 할 사회적·윤리적 문제에 대해서는 활발한 논의가 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른 사람의 장기를 받아들이는 것도 쉽지 않은데 하물며 가축의 장기를 이식받아 생활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 느낄 수 있는 인간의 존엄성 문제는 매우 비중 있게 다루어야만 할 사회적 문제임에 틀림이 없다.
유럽의 경우 과학기술 수준에 비하여 이종장기 이식 분야에서는 뚜렷한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미국, 일본 및 호주 등의 국가가 바이오장기용 동물 생산 기능 연구에 매진하여 관련 연구 분야에서 입지를 강화하고자 하는 것에 비하여 유럽연합은 상대적으로 연구 결과물 생산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최근의 조사에 따르면 유럽연합도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지놈 컨소시엄(www.xenome.eu)을 구성하고 유럽연합 차원에서 자금을 투입해 각국 관련분야 과학자들과 연구를 수행해오고 있으며, 지난해부터는 바이오장기용 동물 생산 및 면역관련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이 컨소시엄에서 반드시 수행해야 할 연구 분야로 이종장기 이식에 대한 윤리적, 사회적 및 교육적 체계 구축을 꼽고 이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이영애 의원(자유선진당)이 이화여대 생명의료법연구소와 공동으로 ‘이종이식 임상시험 규제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사회적으로 이종장기 이식 분야를 준비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는 있지만 좀 더 활발한 토론과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장기이식용 형질전환복제돼지 ‘지노’ 생산과 ‘지노’ 후대 생산 등 지난해부터 이어진 뉴스 보도 후 일부 연구원들에게 협박성 전화를 통해 직접적인 반대의사를 전달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국내 또는 세계적인 분위기를 본다면 이제는 이종장기 이식을 가까운 현실로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만 할 때가 되었다는 느낌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오히려 유럽연합처럼 사회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안들에 대해 공개적으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준비를 해나가는 것이 보다 더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얼마 전 장기이식을 통해 생명을 다시 얻은 사람이 “나에게 이 장기는 그냥 온 게 아니라, 사랑이 같이 와서 나를 살렸다”라고 쓴 글을 읽었다. 바이오장기용 동물을 생산하고 안전하게 사육하여 이종장기용으로 제공해야 하는 임무를 가진 나 같은 연구원들에게 큰 감동의 글귀였다.
농촌진흥청 동물바이오공학과장 박수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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