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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경제는] ‘재정긴축’이냐 ‘재정건전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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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경제는] ‘재정긴축’이냐 ‘재정건전화’냐

입력
2010.07.23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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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경제학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 길게 인간 띠를 만들어 놓는다 해도 그들은 결코 ‘결론’이라는 종착역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의 말이다.

“하느님이 태초에 경제학자를 만들고 또 하나의 경제학자를 만들었다.” 이는 같은 현상을 두고 경제학자들의 견해가 얼마나 극단적으로 다를 수 있는지 비꼰 풍자이다. 오죽하면 영국의 역사가이자 문인이었던 토머스 칼라일이 경제학을 ‘음울한 학문(dismal science)’이라고 폄하했을까.

영국의 유력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의 홈페이지에 가 보면 ‘재정긴축논쟁(the austerity debate)’이라는 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여기에 세계의 쟁쟁한 경제학자들이 총출동해서 지금 세계경제의 주요 이슈로 떠 오른 재정긴축을 둘러싼 논쟁을 벌이고 있다. 제프리 삭스, 케네스 로고프, 브래드 드롱, 니알 퍼거슨, 로렌스 섬머스 등 미국 최고대학의 교수와 마틴 울프 파이낸셜 타임스 컬럼니스트가 그들이다. 이들은 두 캠프로 나누어진다.

은 재정긴축을 해서는 안 된다는 쪽이다. 2008년 금융위기가 전세계를 휩쓸자 각국은 과감한 재정확대 정책을 시행했다. 세금을 깎아주고 정부지출을 늘리고, 심지어 자동차나 집을 새로 사는 사람에게 보조금을 주기까지 했다. 그 덕분에 세계경제는 작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서서히 회복되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회복세가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취약한 회복’이다. 빈사상태에 있던 환자가 링거주사를 맞고 이제 겨우 정신을 차린 상태이다. 죽도 먹이고, 밥도 먹여서 혼자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도 전에 상을 치워버리면 환자는 또 쓰러질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의 논쟁에는 아직 끼어들지 않았지만 학계에서 이런 주장을 하는 대표주자는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이다. 그에 따르면 선진국들이 그렇게 많은 돈을 풀어댔는데도 물가상승률이 1%대에 머물고 있다는 것 자체가 현 경제상황이 비정상적임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는 섣부른 재정긴축이 세계를 1930년대와 같은 대공황으로 몰고 갈 것이라는 극단적인 예언도 서슴지 않는다. 재정건전화가 중요한 과제이기는 하지만 정책 우선순위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가 완전히 회복되면 악화된 재정도 자연스럽게 제 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는 이제 재정건전화를 도모해야 할 시점이라는 쪽이다. 유로지역이 남유럽의 재정위기로 휘청대고 이에 따라 세계경제가 휘둘리고 있는 것을 현식을 보라는 것이다. 취약한 재정상태의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이 궁지에 몰리는가 하면 정부 부채비율이 높은 미국 일본 영국도 조만간 금융시장의 신뢰를 잃을 가능성이 크다. 언제까지 정부가 경제를 지탱할 수는 없다. 이제는 민간이 나서야 한다. 오히려 정부 지원책이 민간부문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키고 자발적인 경제활동을 저해할 뿐이다. 이들은 세계적인 고령화로 인해 재정지출 확대가 불 보듯이 뻔한 상태에서 지금부터라도 정부의 금고를 잘 관리하지 않으면 다음 세대가 큰 곤욕을 치를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6월 캐나다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가 첨예한 이슈였다. 경기회복세를 자신하지 못하고 있던 미국은 내심 에 속해 있었으나 ‘빚쟁이는 나쁘다’는 명분에 밀려 양보를 했다. 그래서 나온 국제적 합의가 2013년까지 재정적자를 절반으로 줄인다는 내용이다. 바로 이때부터 ‘긴축논쟁’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과 의 경제학자들 중 과연 누가 옳을까. 버나드 쇼가 간파했던 것처럼 옳은 사람도 없고, 틀린 사람도 없을지 모른다. 왜냐하면 그들은 결코 결론이라는 종착역에 도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지나 검증의 시간이 찾아온다 해도 경제현상에 수반되는 수많은 요소들 때문에 딱히 누가 옳았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힘들 것이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은 사전적인 논쟁은 치열하게 하지만 사후적인 검증에는 무심한 사람들로 낙인 찍히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대수 한국은행 해외조사실 종합분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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