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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MB와 박근혜의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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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MB와 박근혜의 소통

입력
2010.07.2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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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1

"요즘 대통령 심기는 괜찮은가요?"

5년 전 청와대 출입기자였을 때 이런 질문을 종종 받았다. 청와대에 나가는 기자는 대통령을 거의 매일 볼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한 달에 서너 번 가량 여러 기자들을 대신해서 풀(pool ∙공동) 취재를 할 때만 대통령 가까이에 갈 수 있을 뿐이다.

대부분의 청와대 참모도 대통령을 그리 자주 보지는 못한다. 물론 부속실 직원이나 일부 수석비서관은 수시로 접촉할 수 있다. 참모들이 대통령을 쉽게 보지 못하는 이유는 우선 청와대 공간 배치 문제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 백악관에서는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와 참모들의 사무실이 바로 붙어 있으나 청와대는 그렇지 않다. 청와대에서는 대통령이 주로 근무하는 본관과 참모들이 일하는 비서동(위민관)이 500m 가량 떨어져 있다. 참모가 대통령을 만나려면 5분 이상 걸어야 하는데다 경비초소와 검색대까지 통과해야 한다. '산전수전' 겪은 뒤 궁전처럼 웅장한 본관에 들어서는 순간 위압감을 느낄 수 있다. 오죽하면 과거 정권 때 한 비서관이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너무 긴장해서 오줌을 쌌다는 일화까지 있을까.

이런 환경에서 참모가 대통령에게 따가운 민심을 전하고 직언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이 요즘 외치고 있는 '소통 강화'가 잘 될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게다가 이 대통령은 얼마 전까지 국민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이 대통령은 '내가 하는 일이 국가를 위해 좋은 것인데, 왜 야당 등은 반대만 할까' 하는 생각을 했을지 모른다. 자신의 목표가 옳다고 생각하더라도 반대자들을 설득하거나 공통분모를 찾아내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갈등을 관리할 수 없다.

#풍경 2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요즘 각종 모임에서 유머를 잘 꺼낸다. 필자가 참석했던 한 모임에서 박 전 대표는 지구본을 소재로 한 우스갯소리를 한 적이 있다. 한 장학관이 어느 학교를 방문해 "지구본이 왜 기울어졌느냐"고 물었다. 한 학생이 "제가 안 그랬어요."라고 대답하자, 교사는 "구입할 때부터 그랬어요."라고 거들었다. 이어 교장선생님은 "국산이 원래 그렇잖아요?"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는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두 가지 유머를 잇따라 소개했다. 요즘에는 젊은이들과의 소통을 위해 트위터도 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박 전 대표와의 거리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과거 3김씨는 계보 소속 의원들이나 담당 기자들과 거의 매일 만났다. 지역 주민들도 자주 접촉했다. 하지만 요즘 박 전 대표는 그렇지 않다. 물론 '사랑방 정치' 문화가 사라진 데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박 전 대표가 국회 본회의에 출석하기 직전에 복도에서 기자들과 잠시 문답을 주고받는 장면이 언론에 종종 보도된다.

지난 달 박 전 대표가 국회 본회의에서 세종시 수정안 반대 연설을 했을 때도 대다수 친박계 의원들은 사전에 연설 계획을 알지 못했다. 친박계 의원들도 소통 부족을 아쉽게 생각한다.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조만간 회동을 갖기로 했다. 여당의 양대 주주이면서도 접점을 찾지 못해 '화성남과 금성녀'라고 불려온 두 사람이 이번에는 과연 마음의 문을 열 수 있을까. 진정 소통을 강화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두 사람부터 자주 만나 대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박 전 대표가 무슨 자리나 역할을 맡는 방안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김광덕 정치부장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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