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한나라당 4선 중진인 남경필 의원의 부인을 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정치권에서 불법사찰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민간인 불법사찰에 이어 여당 중진 의원 부인까지 불법사찰 대상이 됐다는 의혹이 나오자 파장이 커지고 있다.
당사자인 남경필 의원은 22일 기자회견을 자청, "누구의 지시로 얼마나 광범위하게 불법사찰이 이루어졌는지 검찰이 명백히 가려주기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남 의원은 "이 사건은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국가존립의 문제이자 이명박 정부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일반인에 이어 국회의원 사찰까지 있었다는 것은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남 의원은 또 "2008년 (나를) 조사하고 있다는 낌새는 있었으나 누가, 어떤 기관에서 하는지 알 수 없었다"며 "'누가 하더라'라고 사적으로 저에게 얘기해준 사람은 있었으나 그것을 갖고 당시에 그 문제를 언급할 순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내 주변에 대한 정보 등이 청와대 민정라인에 보고된 것이 아니냐는 말도 들었다"고 주장했다.
남 의원은 특히 '2008년 이상득 의원의 총선 불출마를 요구했던 것과 이 문제가 관련됐다고 보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부분까지 포함해 검찰에서 수사하는 게 옳다"며 "정부와 대통령, 당을 위해서라도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의혹이 말끔히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2008년 4월 총선 당시 이상득 의원의 공천 반납을 요구한 이른바 '55인 파동'을 주도한 일부 의원들에 대한 뒷조사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각에서 제기돼왔다. 말하자면 여권 내 권력투쟁 와중에 뒷조사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남 의원뿐 아니라 친이계인 정두언 정태근 의원 등이 그 대상으로 거론됐다.
이에 대해 영국 방문을 마치고 이날 오후 귀국한 정두언 의원은 인천공항에서 본보 기자와 만나 "내가 뭐라고 하면 또 권력투쟁이니 그럴 텐데, (이 문제에 대해) 언급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태근 의원도 전화 통화에서 "그런 문제에 대해선 할 얘기가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공식적으로 신중한 반응 속에 검찰수사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조해진 대변인은 "불법사찰 의혹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월권이고 잘못된 일로 바로 잡아야 한다"며 "다만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그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은 사찰이 있었으면 있는 대로, 없었으면 없는 대로 명확히 규명해 불필요한 의혹이 남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맹공세를 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여당 중진 의원까지 사찰했다면 과연 야당에 대해선 하지 않았을까"라며 "얼마나 많은 야당 의원들을 사찰했는지 밝힐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전병헌 정책위의장은 "여당 중진 의원까지 전방위로 사찰한 것인데 일개 지원관이 독자적으로 저질렀을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윗선은 누구인지, 비선 보고라인은 무엇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영종도=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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