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이어지던 21일 충북 충주시 칠금동 시외버스터미널 앞. 그늘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택시 기사들에게 7ㆍ28 재보선 이야기를 꺼냈다.
"모르겄슈. 아무래도 여당이믄 지역을 발전시키기 수월하겄쥬. 한나라당 윤진식이 청와대에서 대통령이랑 일도 함께 하고 했다자뉴." "아녀. 지난 6년 시장이랑 의원이랑 당이 달라 문제가 많았자녀. 민주당 도지사, 시장이 났으니 민주당 정기영이 의원이 되는 게 났지." 무소속 맹정섭 후보에 대한 평을 부탁하자 "그 사람 9년 동안 바닥을 돌며 인사한 값을 줘야 한다는 말이 있슈"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충주는 7ㆍ28 재보선이 치러지는 8개 지역 중 서울 은평을과 함께 최대 관심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한나라당이 윤진식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후보로 내세워 '경제일꾼론'으로 치고 나가자 민주당은 14, 15대 총선 출마 경험이 있는 정기영 후보를 앞세워 '반성하지 않는 정권 재심판론'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여기에 윤 후보 공천에 반발해 한나라당을 탈당한 맹정섭 후보가 가세한 3파전이다.
현재로선 윤 후보가 한 발 앞서 나가는 형국이다. 무학시장에서 만난 김우영(54)씨는 "충북에서 제천이나 괴산이 발전한 것도 다 여당 거물(이춘구 김종호 전 의원)을 계속 밀어줬던 덕분 아니냐"고 말했다. '현 정부 경제 실세로 꼽히는 윤 후보를 밀어줘야 충주 경제가 살아난다'는 논리였다.
실제로 20일 공개된 충주지역 방송3사 여론조사에서도 윤 후보는 42.8%로, 정기영(20.5%) 맹정섭(14.2%) 후보를 앞섰다. 윤 후보는 30대 그룹 대기업 계열사 3개 유치 등의 경제 공약을 집중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물론 경쟁자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정 후보의 경우 공천이 지연돼 인지도가 다른 후보에 비해 낮다. 하지만 당 지지도(20일 조사 결과 민주당 38.8%, 한나라당 34.4%)를 바탕으로 치고 올라가고 있다는 게 정 후보 측 주장이다. 용산동 주공아파트 앞에서 만난 최모(43)씨는 "윤진식씨는 지난 총선 때도 5,000억원을 유치하느니 하더니 선거 지고는 입을 씻더라"며 "성희롱이니 민간인 사찰이니 하는 한나라당에 의석을 보태줘야 하느냐"라고 되물었다. 6ㆍ2 지방선거와 2008년 총선 때 충주는 모두 민주당 후보를 선택했다는 점도 정 후보에겐 힘이 된다.
20일 시작된 정기영 맹정섭 후보 간 단일화 협상도 막판 변수로 꼽힌다. 1만표 안팎의 고정표를 가진 맹 후보와 민주당 정 후보의 단일화는 윤 후보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19일부터 시작돼 다섯 차례 진행되는 TV토론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충청권 특유의 속내 숨기기 때문에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충주가 시가 된 지 50년이 넘었는데 제일 발전 못한 도시 중 하나유. 그래서 누굴 찍을 거냐구유? 그날 가봐야 알쥬. 아마 대부분 그럴거유." 시민 함인희(63)씨는 충주 재보선 상황을 이렇게 정리했다.
충주=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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