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후면 5개 선거구에서 국회의원 재ㆍ보궐 선거가 실시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이 정치권을 흔들어 놓았다면, 이번 선거는 민심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여당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줄 수도 있다.
선거구 숫자로만 본다면 이번 재ㆍ보궐 선거가 국회 내 정당들의 위상을 바꿀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대통령의 국정 장악 능력과 개헌 논의 등 앞으로 예상되는 정치 일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정당들은 이번 선거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
효과적인 선관위의 공식 기능
이번 선거가 중요한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면 재ㆍ보궐 선거의 고질적 문제인 낮은 투표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왜 선거에서 투표율이 낮은가에 대해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은 국민들이 정치에 실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동안 지속적으로 한국 선거에서 나타난 정서는 '반정치 투표'이다. 어느 후보를 좋아해서 찍는 것이 아니라 특정 후보나 정당이 싫어서 다른 후보를 찍는다는 유권자들이 다수라는 얘기다.
정치를 혐오해서 기권하는 유권자들이 많아질수록 정치의 정통성은 더욱 낮아지게 되며, 이러한 정서는 다시금 정치를 외면하게 만들어 더욱 투표를 하지 않게 되는 악순환을 가져온다. 선관위가 이러한 정치 불신을 극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관위는 공정선거 관리와 아울러 투표율 제고 방안을 마련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 그 동안 선관위는 투표율 제고를 위해 인센티브 제공이나 연예인을 홍보대사로 임명하는 등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보았지만 신통한 결과를 얻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낮은 투표율 문제로 가장 고민하는 나라 중 하나가 미국이다. 대통령 선거에서도 60%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2008년 대선에서 60.7%를 기록한 것이 1968년 대선 이후 최고치이며, 2000년 부시와 앨 고어 사이의 치열했던 선거에서도 투표율은 고작 54.3%였다. 중간선거에서는 40%를 못 넘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시도 중 하나로 1998년 미국 중간선거에서 뉴헤이븐 지역을 대상으로 비정파적인 투표참여 독려 프로그램(get-out-the-voteㆍGOTV)을 실시하였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에서 시작해서 캐나다나 영국 등에서도 프로젝트로 수행되고 있다. 전화 홍보, 전단지 배포, 우편 홍보, 직접방문 홍보 등 다양한 참여독려 방식을 시도하고 나서 그 효과를 측정해 보았는데, 가구방문 홍보 방식이 가장 효율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방문한 14가구 중 한 명 꼴로 더 투표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선관위는 지난해 두 차례의 재ㆍ보궐 선거에서 방문홍보단을 운영했으며, 그 효과를 측정해 본 결과 약 3~4% 내외로 투표율이 상승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현행 공직선거법 106조는 선거운동을 위한 호별 방문을 제한하고 있다. 선관위의 투표 독려는 선거운동이라 볼 수 없지만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는 정치권의 우려가 부담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선거에서 선관위는 선거구 별로 모든 후보가 선관위의 가구방문 홍보에 동의한 경우에만 가구방문을 실시하기로 했다. 여기에 인천 계양구을과 충남 천안시을은 유감스럽게도 제외되었다. 투표 독려를 위한 비정파적인 가구 방문홍보단에 대한 법적 보장이 필요하다.
'선거 소외' 막는 법적 보장 필요
기권이 보편화한 현실에서 선관위가 훈련된 인원을 투입하여 각 가구를 방문해서 투표의 중요성을 상기시키고 독려하는 것은 선관위 업무에 대한 적극적 해석이며 바람직한 것이다. 물론 방문홍보단을 통해 투표율의 급상승을 기대할 수는 없다. 유권자의 선거 외면에 대해서는 궁극적으로 정치권이 책임져야 하지만, 더 이상 유권자들이 선거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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